[전문위원 칼럼] 브리핑 형식 '일방 공표' 위험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종석 전문위원
최근 고용노동부가 태영건설 본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태영건설은 올 들어 작업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세 건 발생했다. 기자 브리핑 형식으로 이뤄진 정부의 결과 발표 요지는 이렇다. “태영건설은 안전과 관련해 경영 문제가 있다. 대표이사의 활동, 경영 전략에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특히 안전보다 비용·품질을 우선시하는 기업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고용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태영건설의 조직 구성도 문제 삼았다. 본사 안전 전담팀이 사업부서에 편제돼 있지 않고 조직의 위상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안전 보건 관련 사항을 포함하도록 경영 전략을 보완하고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의지를 표명하라고 권고까지 했다.
이번 발표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건설업체의 안전 관리 체계를 처음으로 감독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도 채 마련되지 않은 상태지만 앞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터였다.
기업들은 경영 전략, 안전 관리 조직 체계, 최고경영자의 발표 내용 하나까지 모두 살펴야 할 상황이 됐다. 산재 예방에 기업 활동의 초점을 두라는 취지는 누구도 무시하지 않는다. 산재 예방과 안전 확보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인명의 가치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문제는 이번 발표가 법규에 정확한 근거를 두고 행해졌는지 여부다. 기자 브리핑 방식을 통한 발표지만 ‘공표’였다. 공표는 행정기관이 목적 달성을 위해 동원하는 강제수단의 하나다. 법을 위반한 개인이나 기업의 명단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망신 주기’로 다른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방식이다. 일종의 징벌과 같은 효과가 있어서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둬야만 한다는 게 행정법 학계의 주된 견해다.
아직 시행 전이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도 공표 조항이 있기는 하다. 사업주가 법에 정한 안전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장의 명칭, 발생 장소 등을 공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어디까지나 산재 발생 사실을 공개하도록 한 것이지 기업의 경영 진단에 가까운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발표하라는 내용은 없다.
해당 기업이나 업계가 이번 발표에 대해 정확히 법규에 바탕을 둔 행정행위인지를 묻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가 명분을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공표는 징벌적 효과가 있다. 범죄 사실이라도 법 절차를 위반해 공표하면 그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다. 피의사실공표죄다. 검찰이 범죄 사실을 공개할 때는 엄격한 원칙에 따르고, 이때도 ‘익명 발표’가 원칙인 이유다. 중대재해 예방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는 공표를 남발하는 것도 우려된다. 어떤 제도건 명분이나 목적도 중요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데 ‘절차’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그게 법치다.
고용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태영건설의 조직 구성도 문제 삼았다. 본사 안전 전담팀이 사업부서에 편제돼 있지 않고 조직의 위상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안전 보건 관련 사항을 포함하도록 경영 전략을 보완하고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의지를 표명하라고 권고까지 했다.
명분만 내세워 망신주기는 곤란
특별감독 결과 발표 내용 가운데 ‘관리자에 대한 안전 관리 교육이 미흡했다’는 지적 정도가 객관적인 내용이라면, 나머지는 대부분 ‘경영 진단’ 결과에 가까운 수준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고용부는 공개적으로 과감히 발표에 나섰다.이번 발표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건설업체의 안전 관리 체계를 처음으로 감독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도 채 마련되지 않은 상태지만 앞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터였다.
기업들은 경영 전략, 안전 관리 조직 체계, 최고경영자의 발표 내용 하나까지 모두 살펴야 할 상황이 됐다. 산재 예방에 기업 활동의 초점을 두라는 취지는 누구도 무시하지 않는다. 산재 예방과 안전 확보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인명의 가치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문제는 이번 발표가 법규에 정확한 근거를 두고 행해졌는지 여부다. 기자 브리핑 방식을 통한 발표지만 ‘공표’였다. 공표는 행정기관이 목적 달성을 위해 동원하는 강제수단의 하나다. 법을 위반한 개인이나 기업의 명단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망신 주기’로 다른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방식이다. 일종의 징벌과 같은 효과가 있어서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둬야만 한다는 게 행정법 학계의 주된 견해다.
정부 발표도 법적 근거 명확해야
일부 노동법 조항에서도 공표의 근거를 두는 건 그 때문이다.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이 예다.아직 시행 전이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도 공표 조항이 있기는 하다. 사업주가 법에 정한 안전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장의 명칭, 발생 장소 등을 공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어디까지나 산재 발생 사실을 공개하도록 한 것이지 기업의 경영 진단에 가까운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발표하라는 내용은 없다.
해당 기업이나 업계가 이번 발표에 대해 정확히 법규에 바탕을 둔 행정행위인지를 묻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가 명분을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공표는 징벌적 효과가 있다. 범죄 사실이라도 법 절차를 위반해 공표하면 그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다. 피의사실공표죄다. 검찰이 범죄 사실을 공개할 때는 엄격한 원칙에 따르고, 이때도 ‘익명 발표’가 원칙인 이유다. 중대재해 예방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는 공표를 남발하는 것도 우려된다. 어떤 제도건 명분이나 목적도 중요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데 ‘절차’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그게 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