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포함된 ‘북한 인권’ 관련 문구의 해석을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북한 인권 문제 언급에 대해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나왔던 대북 인권에 대한 시각에 비해서는 훨씬 유연하다”며 “대북 인권 문제를 인도주의에 대한 지속적 협력 추진 측면으로도 보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관련 문제가 정상 간 공동성명에 포함되면서 남북 간 인도주의 협력을 추진할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미국이) 인권대표를 먼저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대북 비핵화 협상을 더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긍정적인 해석을 뒷받침한다. 실제 미국이 대북 특별대표를 북한 인권특사보다 먼저 임명하는 데 한국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 간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북한 인권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을 더 주목하고 있다. 북한 인권을 강하게 비판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 방한 당시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북한은 미 국무부가 연일 인권 문제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자 지난 2일 미 국무부를 겨냥해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미국이 조만간 북한 인권특사를 임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심 대외 정책 기조를 ‘가치 외교’로 삼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도 북한 인권특사 임명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