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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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가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며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해 "2021년 이 정도 판결밖에 하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 검사는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검사들의 똘똘 뭉친 허위 진술, 조사단의 의도적인 부실 수사, 대법원의 정치적인 판결, 이때부터 모두 예상됐던 일이라 놀랍지는 않다"면서도 "2021년에 대한민국에서 직장내 추행 및 인사보복에 대해 사실관계를 다 인정하면서도 이 정도 판결밖에 하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제 할 일을 해나가 반드시 진실과 정의가 이기는 것을 볼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대원 판사는 14일 서 검사가 안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서 검사가 강제추행에 따른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모두 인지한 이후 3년 넘게 지나 소송을 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소멸시효란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재판부는 또 인사 불이익에 대해 "검사 인사에는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되고 다양한 기준이 반영되는데, 피고(안 전 검사장)가 인사 당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한 서 검사의 청구도 기각됐다. 서 검사와 안 전 검사장 양측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사소송은 재판 당사자와 대리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선고를 내릴 수 있다.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이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시절 자신을 강제추행하고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보복 인사를 했다며 2018년 11월 소송을 냈다.

서 검사는 공무원이었던 안 전 검사장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법령을 위반한 만큼 국가에도 배상책임이 있다며 안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총 1억원을 청구했다.

안 전 검사장 관련 의혹은 서 검사가 2018년 1월 성추행 피해를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사회 각계의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검찰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려 조사한 끝에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안 전 검사장을 기소했다.

이후 안 전 검사장은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의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해 무죄 취지로 판결을 파기했고, 이후 파기환송심이 내린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직 검사들의 SNS 활용에 대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회의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 후보자는 ‘검사가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정치적인 글을 기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징계가 가능하다고 보는가’라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 질의에 "검사의 정치적 중립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수사 중인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현직 검사들이 활발하게 SNS에 공개 의사를 밝히면서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서 검사가 공개적으로 재판부의 판결에 불만을 내비친 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검찰 스스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