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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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자산운용사 4곳이 25일 한꺼번에 8개의 액티브 ETF를 출시해 한판 승부를 겨뤘다. 첫날 거래대금이 ETF 시장내 상위권에 올라온 종목도 적지 않아 양호한 데뷔전을 치렀단 평가다.

다만 의문도 적지 않다. 액티브 ETF들이 지나치게 테마형에 집중돼 있고, 테마와 동떨어진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은 ETF도 있었던 탓이다. 액티브 ETF가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는 보다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 액티브 ETF 8종 첫날 성적표는 양호

25일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4곳이 출시한 액티브 ETF 8종목이 상장됐다. 기존에도 주식형 액티브 ETF가 3종 상장돼 있었으나 한날 한시에 액티브 ETF가 여러종목 상장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이 현재 주목받고 있는 테마를 내세웠다. 미래 자동차 관련 액티브 ETF가 3개(삼성·미래·한국)였고,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액티브 ETF가 2개(타임폴리오·미래)였다. ESG관련 액티브 ETF도 2개(삼성·한국)였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테마를 주제삼은 덕에 첫날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수익률을 보면 대부분이 소폭 상승 마감했다. 8개 ETF의 첫날 수익률은 0%~1.95%였다. 거래량도 적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K-미래차액티브 ETF는 일일 거래대금이 130억원으로 전체 ETF 477개 중 17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종목 빼면 모두 일일 거래대금이 10억원을 넘겨 양호했단 평가다. 다만 초반 거래량은 운용사나 계열사, 관계사가 지원해주는 부분도 적지 않아 흥행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 구성종목 비공개·테마와 동떨어진 기초지수는 흠

액티브 ETF가 야심차게 포문을 열었지만 시장에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타임폴리오의 경우 구성종목을 공개하지 않은 채로 ETF 2종을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깜깜이 투자를 해야만 했다. 타임폴리오의 ETF 2종은 기초지수를 50% 추종하고 나머지 50%는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선별한다. 기초지수가 각각 KRX BBIG K-뉴딜지수, 코스피지수로 기존 ETF와 크게 변별력이 없는 만큼 펀드매니저가 선별한 종목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상장 첫날 구성종목을 볼 수 없었다.

내세우는 테마와 동떨어진 지수를 기초지수 삼은 ETF도 있었다. 미래에셋운용의 TIGER 글로벌BBIG 액티브 ETF는 전세계 BBIG 테마에 투자하는데 기초지수가 나스닥100이다. 구성종목도 미국 자회사 Global X(글로벌엑스)의 테마 ETF를 동일 비중대로 담아 빈축을 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나스닥100 종목과 BBIG의 상관관계가 낮지는 않지만 나스닥100 종목 내엔 BBIG와 전혀 관계없는 종목도 적지 않아 벤치마크로 적합하지 않다"며 "구성종목 부분에서도 테마 ETF를 10%씩 담을 뿐이라면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랑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 테마형에 지나친 치중된 것도 문제

액티브 ETF들이 지나치게 테마형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액티브 ETF가 기존 액티브 펀드의 대체제가 될 수 있으려면 유행하는 테마에 너무 치중되선 안된단 지적이다. BBIG나 미래차 관련 산업이 더이상 대세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오면 관련 ETF는 사장될 수 밖에 없어서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테마가 시간이 지난 뒤 열기가 식은 게 대표적 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말 액티브 ETF로 승부를 보려면 코스피200 처럼 대표적인 지수를 두고 붙어야 의미가 있다.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하는 조건도 나름 자율성이 많이 부여된 것"이라며 "액티브 ETF가 커지면 기존 펀드 시장을 잠식하는 문제가 있어 운용사 내부적인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되기 때문에 쉽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도 액티브 ETF가 다수 상장되는 건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이지만 첫날은 개업효과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 투자자로부터 오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