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공]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초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초대규모 AI는 초대규모 서버와 데이터, 인력이 필요한 고성능 AI다.

네이버는 기존 한국어 AI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하이퍼클로바를 통해 사용자, 중소상공인(SME), 크리에이터에게 새롭고 차별화된 경험을 선보이며 '모두를 위한 AI' 시대를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한국어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

네이버는 25일 온라인으로 열린 '네이버 AI 나우' 콘퍼런스에서 지난해 10월 슈퍼컴퓨터 도입 이후 네이버 AI 기술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공개했다.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기술 대기업들은 대형 AI 모델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에 대한 기대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의 AI 기술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공개된 기술을 활용하고 따라잡는 수준에 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이퍼클로바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AI 연구기관인 'OpenAI'의 GPT-3(175B)를 뛰어넘는 204B(2040억 개) 파라미터(parameter·매개변수) 규모로 개발됐다. AI 모델 크기를 나타내는 파라미터의 수가 높아질수록 AI는 더욱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이퍼클로바는 GPT-3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많이 학습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큰 한국어 초거대 언어모델이다. 영어가 학습 데이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GPT-3와 달리 하이퍼클로바 학습 데이터는 한국어 비중이 97%에 달한다. 영어 위주인 글로벌 AI 모델과의 차별화를 통해 한국어에 최적화한 언어모델을 개발함으로써 'AI 주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네이버-서울대-KAIST 'AI 동맹'

네이버, 국내 최초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 공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700 페타플롭(PF)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며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인프라를 갖췄다. PF는 1초당 1000조번의 수학 연산처리를 뜻한다.

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을 운영하며 쌓아온 대규모 데이터 처리 능력도 하이퍼클로바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 개발을 위해 5600억개 토큰(AI가 학습하는 단어·문장 단위)의 한국어 대용량 데이터를 구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 개발 역량을 갖췄다. 네이버는 지난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콘퍼런스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43개의 정규 논문을 발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 서울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AI 대학원과 각각 '서울대-네이버 초대규모 AI 연구센터', '카이스트-네이버 초창의적 AI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산학협력을 통해 AI 공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향후 한국어 외의 다른 언어로 언어 모델을 확장하고 언어뿐 아니라 영상, 이미지 등도 이해하는 '멀티모달 AI'로 하이퍼클로바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의 기술을 네이버 서비스에 적용해 사용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첫 사례로 지난 6일 검색 서비스에 하이퍼클로바를 적용, 사용자가 검색어를 잘못 입력하는 경우 올바른 단어로 전환해주거나 적절한 검색어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같이 하이퍼클로바가 AI 개발과 적용의 패러다임을 바꿔 일상 속에서 AI가 더욱 많이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네이버는 기대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AI 서비스 만들 수 있어"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가 SME, 창작자, 스타트업 등 기술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간단한 설명과 예시를 제시하는 소수학습 방식으로 AI를 동작시킬 수 있기 때문에 AI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손쉽게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가령 상품 판매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마케팅 문구를 AI가 자동으로 작성해주거나 학습해야 할 내용을 AI가 빠르게 요약하거나 모르는 내용을 질문했을 때 답변하는 작업이 가능해진다. 네이버는 향후 사업 및 연구 협력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기술 제공을 계획하고 있다.

정석근 대표는 "더 짧은 시간과 더 적은 리소스(자원)를 사용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까지 가능해지는 새로운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하이퍼클로바를 통해 SME와 크리에이터를 포함해 AI 기술이 필요한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