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문송합니다"…은행도 공채 없이 IT 수시만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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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 트렌드 변화…신입 공채 축소
디지털 인력 충원에 '집중'…비대면 전환 영향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도 작용
디지털 인력 충원에 '집중'…비대면 전환 영향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도 작용
은행권에서의 취업문이 더 좁아지고 있다. 문과 취업준비생들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리던 은행권에서 채용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있어서다. 올해 일반 행원을 뽑는 대규모 정기 신입 공채는 씨가 말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은행권 전반에 금융 디지털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면서다.
반대로 디지털 및 정보기술(IT) 분야 중심의 채용은 대폭 확대되는 모양새다. 막대한 디지털 역량을 발판삼아 금융권에 진입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핀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관련 인력 충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대면 전환이 시대적 흐름인 만큼,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 현상이 은행권에서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하반기 정기 공채 진행 여부도 미지수다. 대다수의 은행이 아직 하반기 공채 일정, 규모 등을 결정하지 못했다. 하반기 정기 공채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선 올해 아예 은행권 정기 신입 공채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단 얘기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공채 채용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 상반기에 안 했으니 하반기에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리기도 사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공채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 및 IT 부문 행원 채용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8일 디지털·IT 부문 신입 행원 채용 공고를 내걸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뽑을 전체 인원의 40~50%를 디지털·IT 전문인력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 디지털·ICT 분야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신기술 서비스 개발, 모바일 채널 서비스 개발, 뱅킹 서비스 개발 및 운영, 정보보호 분야 등을 중심으로 인력을 충원한다. 이번 수시 채용에서 두 자릿수 규모를 채용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초부터 클라우드서비스 서버 개발, 리브 모바일 플랫폼 서버 개발, 개인여신심사 개발전문가 등 IT 개발 부문에서 전문직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이례적으로 '지역인재 신입 행원 공채'를 냈다. 눈여겨볼 점은 일반직임에도 디지털 관련 역량이 평가 요소로 등장했단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공채 필기전형에서 디지털 소양 평가를 위한 TOPCIT(Test of Practical Copetency in ICT) 비즈니스 영역 문제를 낸다. 개인의 디지털 역량이 '은행권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이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불어닥친 지난해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모바일뱅킹 등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금융 거래 규모는 일평균 50조원을 뛰어넘으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 및 우체국 예금 고객 기준 인터넷뱅킹 일평균 이용 금액은 58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6% 급증했다. 이용 건수도 1333만건으로 같은 기간 11.9% 증가했다.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이 크게 늘면서, 영업지점 창구의 업무처리 비중은 쪼그라들었다. 전체 입출금 및 자금이체 거래 중 65.8%가 스마트폰 등 인터넷을 통해 진행되면서, 영업지점 창구의 업무처리 비중은 7.3%에 그쳤다.
업계 흐름 자체가 비대면 중심으로 쏠리다 보니 채용 트렌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용자의 성향 자체가 오프라인에서 신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금융으로 옮겨지고 있기에, 이에 맞는 인력을 충원할 수밖에 없다. 금융 트렌드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라며 "입출금은 물론 상품 가입까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시대에서 신기술 개발, 전산의 시스템화, 자동화 등으로 중심추를 잡지 않으면 은행권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도 은행권 채용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은행권 입장에선 막강한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금융업 영역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이들과 맞서야 할 플랫폼 강화 필요성이 절실한 상태다. 이미 금융권에 진입한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 카카오뱅크는 은행권 디지털 인력 확충 열기를 끌어올리는 '메기'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43% 확대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 점포는 없어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수는 이미 금융권 1위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 자체가 구조적으로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빅테크 기업 진입 등의 영향으로 이미 비대면 변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만큼 금융권의 채용 트랜드 변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반대로 디지털 및 정보기술(IT) 분야 중심의 채용은 대폭 확대되는 모양새다. 막대한 디지털 역량을 발판삼아 금융권에 진입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핀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관련 인력 충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대면 전환이 시대적 흐름인 만큼,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 현상이 은행권에서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4대 시중은행 "상반기 공채 없다"… IT 수시 채용만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올해 상반기 정기 신입 행원 공채를 진행한 곳은 NH농협은행 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모두 상반기 정기 신입 행원 공채를 추진하지 않았다.하반기 정기 공채 진행 여부도 미지수다. 대다수의 은행이 아직 하반기 공채 일정, 규모 등을 결정하지 못했다. 하반기 정기 공채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선 올해 아예 은행권 정기 신입 공채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단 얘기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공채 채용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 상반기에 안 했으니 하반기에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리기도 사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공채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 및 IT 부문 행원 채용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8일 디지털·IT 부문 신입 행원 채용 공고를 내걸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뽑을 전체 인원의 40~50%를 디지털·IT 전문인력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 디지털·ICT 분야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신기술 서비스 개발, 모바일 채널 서비스 개발, 뱅킹 서비스 개발 및 운영, 정보보호 분야 등을 중심으로 인력을 충원한다. 이번 수시 채용에서 두 자릿수 규모를 채용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초부터 클라우드서비스 서버 개발, 리브 모바일 플랫폼 서버 개발, 개인여신심사 개발전문가 등 IT 개발 부문에서 전문직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이례적으로 '지역인재 신입 행원 공채'를 냈다. 눈여겨볼 점은 일반직임에도 디지털 관련 역량이 평가 요소로 등장했단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공채 필기전형에서 디지털 소양 평가를 위한 TOPCIT(Test of Practical Copetency in ICT) 비즈니스 영역 문제를 낸다. 개인의 디지털 역량이 '은행권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이 됐다는 의미다.
코로나로 '비대면 전환' 속도 ↑…빅테크 견제
은행권 채용 트렌드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전통적 대면 영업 비중이 급감하고 디지털 금융에 대한 인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탓이다.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불어닥친 지난해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모바일뱅킹 등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금융 거래 규모는 일평균 50조원을 뛰어넘으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 및 우체국 예금 고객 기준 인터넷뱅킹 일평균 이용 금액은 58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6% 급증했다. 이용 건수도 1333만건으로 같은 기간 11.9% 증가했다.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이 크게 늘면서, 영업지점 창구의 업무처리 비중은 쪼그라들었다. 전체 입출금 및 자금이체 거래 중 65.8%가 스마트폰 등 인터넷을 통해 진행되면서, 영업지점 창구의 업무처리 비중은 7.3%에 그쳤다.
업계 흐름 자체가 비대면 중심으로 쏠리다 보니 채용 트렌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용자의 성향 자체가 오프라인에서 신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금융으로 옮겨지고 있기에, 이에 맞는 인력을 충원할 수밖에 없다. 금융 트렌드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라며 "입출금은 물론 상품 가입까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시대에서 신기술 개발, 전산의 시스템화, 자동화 등으로 중심추를 잡지 않으면 은행권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도 은행권 채용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은행권 입장에선 막강한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금융업 영역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이들과 맞서야 할 플랫폼 강화 필요성이 절실한 상태다. 이미 금융권에 진입한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 카카오뱅크는 은행권 디지털 인력 확충 열기를 끌어올리는 '메기'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43% 확대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 점포는 없어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수는 이미 금융권 1위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 자체가 구조적으로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빅테크 기업 진입 등의 영향으로 이미 비대면 변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만큼 금융권의 채용 트랜드 변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