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강혜정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제 목소리, 15년을 버티게 해줬죠"
소프라노 강혜정(43·계명대 교수·사진)이 데뷔 15주년을 맞아 오는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창회를 연다. 공연에서 그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성악곡(모테트)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를 시작으로 빈첸초 벨리니의 아리아 ‘내 사랑을 다시 돌려주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세레나데’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열창한다.

서울 논현동의 연습실에서 만난 강혜정은 “음악 인생 15년을 총망라하기 위해 모테트, 아리아, 독일 가곡 등을 골랐다”며 “2000여 석 규모의 대극장인 만큼 앙상블과 합창단까지 동원해 무대를 꾸밀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에선 코리아챔버오케스트라(KCO) 단원들로 이뤄진 앙상블과 지휘자 차웅이 함께 무대에 선다. 강혜정과 인연이 깊은 합창단도 같이한다. 그가 열 살 때 입단했던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이다. 그는 “초등학생 때 처음 음악을 배운 곳”이라며 “어린이합창단에선 즐기면서 음악을 배웠다”고 말했다.

독창회 프로그램에 한국 가곡도 실었다. 공연 2부에서 그는 가곡 ‘신 아리랑’과 ‘목련화’를 들려준다. 28일 발매하는 음반 ‘당신의 노래’에 수록된 노래들이다. 강혜정은 우리 가곡을 부르는 건 성악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텔레비전을 켜면 가곡이 흘러나왔던 1980년대와 달리 요즘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요. 우리말로 시를 지어 노래를 붙인 작품이 인기가 왜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공연에서 자주 부르지 않은 성악가들에게 책임이 있는 거죠.”

강혜정은 연세대 음대를 졸업한 뒤 미국 매네스 음대에서 공부했다. 2005년 뉴욕 카예 플레이하우스에서 개막한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으로 데뷔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다채로우면서도 유연하고 달콤한 소프라노”라고 호평했다. 이듬해 서울시오페라단 신인 오디션에서 합격해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로 열연했다. 이후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무대에 섰다. 2009년 일본 도요타홀에서 리사이틀을 열었고, 2011년에는 프랑스 르망 국제음악제에서 독창회를 했다.

강혜정은 오페라에만 머물지 않고 다채로운 음악 활동을 펼쳐 왔다. 2017년에는 크로스오버 음반 ‘일 펜티멘토’를 냈고,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성악가 패티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은 이유로 그는 ‘유연함’을 꼽았다.

“운 좋게도 제 목소리가 다양하게 쓰일 수 있었어요. 그렇게 15년을 버텼죠. 그동안 여러 장르를 접하니 성장하려는 욕구도 커졌죠. 평생 공부해야 하는 팔자인가 봐요. 올해는 17세기 이탈리아의 고음악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글=오현우/사진=허문찬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