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코로나19 유행으로 반사이익을 거둔 업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생활 등으로 매출이 증가한 골프장, 운동기구 판매업체, 수입 자동차 판매업체, 안과, 피부과 등이다.

국세청은 코로나19와 관련된 호황 산업 분야에서 탈세자 67명을 적발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25일 밝혔다. 국세청은 자체 빅데이터와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 등을 통해 피부과와 스포츠·레저, 컴퓨터, 주방가전 등 호황분야를 선정했다. 국민 이동량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는 반려동물 관련 업종과 골프장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업종의 세무조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호황업종을 따로 선별해냈다는 설명이다. 조사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증가를 비용 과대계상 등으로 숨기고 빼돌린 업체들을 적발했다.

지방에 있는 A골프장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이용자가 급증해 매출이 크게 늘자 특수관계사를 동원해 조경관리 명목으로 돈을 빼돌렸다. 가짜 인건비를 집행해 법인자금을 유출하는 한편 오너 일가 자녀 회사에서 골프 카트를 독점 공급받는 방식으로 부를 이전했다. A골프장은 ‘대중제’라는 이유로 각종 세제혜택까지 받아왔다.

교정 치료로 벌어들인 돈을 암호화폐로 바꾼 뒤 해외에 있는 자녀에게 증여한 치과 의사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며 교정 치료를 받는 이들이 늘어났다. 해당 의사는 현금 매출을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세금 계산서를 발행해 경비를 빼돌린 뒤 수십억원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이 중 일부는 해외에 체류하는 자녀에게 증여해 유학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실내 자전거 등 헬스기구를 판매하는 B업체의 오너 일가는 빼돌린 회삿돈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B업체의 매출도 크게 뛰었다. 오너 일가는 수십억원을 회사에 빌려줬던 것처럼 가장한 뒤 해당 금액을 빼냈다. 이후 오너 일가는 수도권 지역 고가 아파트와 상가 등 부동산 10여 건을 부당 취득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영세자영업자 등은 극한의 어려움을 감내하는 반면 일부 승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성실납세를 통해 이익을 공유하는 노력 없이 다양한 수법으로 탈세를 저질러 국민에게 상실감을 줬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