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진흥기금이 2013년과 2018년에 이어 다시 한번 기획재정부로부터 ‘조건부 존치’ 판정을 받았다. 기금 운용과 관련된 문제가 반복해 지적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기금 유지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는 25일 ‘2020회계연도 기금 자산운용 평가 및 존치평가’에서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등의 이유로 과학기술진흥기금에 이 같은 판정을 내렸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지원 등 사업항목도 타당성이 부족하고, 창업공간 지원 등은 다른 부처의 사업과 겹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과학기술진흥기금은 1992년 과학기술진흥법에 따라 국내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업의 기술개발투자 활성화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기금 규모는 3068억원이다. 해당 기금을 활용한 사업으로는 △엔지니어링진흥 △지방과학관 지원 △바이오신약 장기 개발 △일체형 원자로 기술개발 등이 있다.

기재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42개 정부 기금 중 3분의 1을 선정해 매년 존치 평가를 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금은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어 해당 평가에서 탈락한다고 바로 기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정부와 국회에서 관련 결정을 할 때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진흥기금은 문제가 된 부채를 연내에 상환하고, 중복 사업 등도 조정해 내년 사업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조건부 존치 판정이 거듭되면서 해당 기금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금을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한다는 목적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지 오래”라며 “기금 존립 자체를 목적으로 각종 사업이 기획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