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 해외 법인이 진출해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특히 빠르게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있는 영업기지 간 시너지를 통해 추후 아세안 비즈니스 통합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한국투자증권 홍콩 현지법인은 올 4월 17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2018년 35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 데 이어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이다. ‘아시아 금융거점’을 목표로 삼았다. 홍콩 현지법인에는 기업금융(IB), 주식브로커리지, 주식파생트레이딩, 채권트레이딩까지 4개 사업부문에 총 31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금융회사 고유 계정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프롭 트레이딩과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운용, 해외 대체투자 상품 및 IB 딜 소싱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 최초로 ‘선순위 공동주관사’ 지위를 확보하고 성공적으로 주선업무를 마무리했다. 그간 국내 증권사는 해외 대형 투자은행들이 주선하는 물량 중 일부를 받아와 수수료만 받고 국내 기관에 재매각하는 단순투자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여기서 한발 나아가 직접 인수금융에 관여한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인도 정보기술(IT)솔루션 기업 헥사웨어의 리파이낸싱 자금을 지원한 해당 인수금융은 도이체방크,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IB들과 공동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이 급증한 상황에서도 총 6억달러(약 7200억원)의 대출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세계적 금융전문지 유로머니의 자회사인 자본시장 전문매체 글로벌캐피털은 한국투자증권의 헥사웨어 인수금융 주선을 ‘2020년 아시아 최우수 인수금융’으로 선정했다.

올해는 글로벌PE 및 투자은행들과 탄탄한 네트워크 및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현지에서 상품을 매각할 수 있도록 현지 신디케이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신디케이션이란 주관사 은행 아래 다른 금융회사들이 투자자로 참여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물류·데이터센터 자산 개발과 운용 등에도 참여해 대체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인수금융 트랙레코드를 쌓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현지법인 KIS베트남은 베트남 증권사 자기자본 기준 상위 5위권 진입에 성큼 다가선 상태다. 2018년 38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지난해 6월에도 3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업계 50위권이던 EPS증권을 인수해 베트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탄탄한 기반을 쌓았다.

올해 KIS베트남은 신규 사업의 역량 강화를 통해 종합증권사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현지 IB부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본사와 협업을 통한 한국계 기업 대상 법인영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지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곳도 있다. KIS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최초로 자체 비대면 계좌 개설 시스템을 개발, 론칭했다. 온라인 본인인증을 통해 손쉽게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개인고객의 신규 계좌 개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신규 고객 유치 및 VIP 고객 대상 마케팅 강화를 위해 자카르타 지역에 신규 지점 세 곳을 추가로 오픈했다. 인도네시아는 대형 종합 증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영업 인프라를 더욱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