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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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지난 25일 홈페이지에 암호화폐에 대한 공지 팝업창을 띄웠습니다. '가상자산 거래 관련 유의사항'이라는 제목인데요.

내용을 클릭해 보면 지난 3월 16일 게재한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고객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상황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문을 다시 띄운 것입니다. 이 공지문에는 △가상자산거래업소는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는 점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 △최근 관련 다단계 불법 모집, 해킹 등 피해사례 등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담았습니다.

자세히 뜯어 보면 지난 3월에서 추가된 내용이 있습니다."가상자산은 화폐가 아니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것"인데요. 지난 3월 이후 해외 주요국 유명인사 또는 기관에서 한 발언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가상자산은 화폐 아니다"…슬그머니 공지 띄운 금융위 [정소람의 속 보이는 금융]
"자금 세탁에 취약하고 내재 가치가 없으며, 모든 돈을 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5월 8일,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비트코인에는 내재 가치가 없다"(5월 14일,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등의 내용입니다.

여기에 "비트코인 유사 가상 자산은 거래 상대방 채무가 존재하지 않아 비금융 자산으로 분류한다"(18년 10월 IMF 결정),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에 해당하지 않으며 무형 자산으로 회계처리(18년 6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 등 주요 기관의 결정도 담았습니다 .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자산이라는 기존 공지에도 새로운 발언이 추가됐는데요. "가상자산은 매우 변동성이 크고 자산이라기 보다는 투기의 대상"(4월 15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금융위가 이런 공지를 홈페이지에 다시 슬쩍 올린 것은 왜일까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암호 화폐에 대해 "투기성 강한 내재가치 없는 자산으로 본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를 해 줘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가 큰 논란이 됐습니다.

젊은 코인 투자자들의 민심이 크게 동요하며서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은 위원장의 사퇴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이후 은 위원장 뿐 아니라 금융위 전체적으로도 암호화폐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오는 분위기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번 공지는 암호화폐에 대한 기존의 금융위 입장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꼰대 발언'에 유독 거부감을 갖는 젊은 층 눈치에, 글로벌 유명 인사들의 입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