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비지수제 폐지로 성북5·장위13구역 등 뉴타운 '탄력'
정비구역지정 5년→2년으로…주민 동의 절차도 간소화
2종 일반주거지 7층 높이 제한 완화…사업성 개선될 듯
재개발 최대 걸림돌 제거
서울시가 폐지하기로 한 주거정비지수제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노후도, 주민 동의율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일정 점수(70점) 이상 돼야 재개발이 가능해 그동안 ‘옥상옥’ 규제로 불려왔다. 실제로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5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서울에서는 신규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저층 주거지 중 법적 요건이 충족되는 구역은 약 50%에 달하지만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14%로 쪼그라든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이 제도가 사라지면 필수항목(노후도 동수 3분의 2 이상, 구역면적 1만㎡ 이상)을 충족하고 선택항목(노후도 연면적 3분의 2 이상, 주택접도율 40%, 과소필지 40%, 호수밀도 60가구/㏊) 중 1개 이상만 맞추면 사업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공공기획’을 도입해 서울시가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단계까지 주도하기로 했다. 정부의 공공재개발과 비슷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수월해질 뿐 아니라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한 아파트 단지가 구현될 것”이라고 했다. 공공기획을 통해선 통상 5년인 정비구역지정 기간이 2년 이내로 대폭 줄어든다. 또 사전타당성조사 단계가 없어져 주민동의율 확인 절차도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어든다. 다만 사업 초기인 주민제안 단계 동의율은 기존 10%에서 30%로 높여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2종 일반주거지역 가운데 난개발 우려 등으로 7층 높이 제한을 받는 지역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층고 제한이 완화돼 사업성이 높아진다. 이외에도 △재개발 해제 구역 중 노후 지역 신규 구역 지정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 등으로 재개발을 촉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 10월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강북 뉴타운 부활하나
장기간 사업이 멈춰선 강북 뉴타운(재개발) 해제 구역의 수혜가 예상된다. 해제 지역의 70%는 동북·서남권에 집중 분포돼 있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놓고 정비구역 중 사업이 표류하는 곳은 구역에서 해제했다. 해제 지역이 가장 많은 곳은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구)으로 133곳에 달한다. 이어 서남권(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구)이 89곳으로 뒤를 이었다.업계에선 성북구와 강북구, 서대문구 등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성북5구역(옛 성북3구역)이다. 이 구역은 정비지수제의 노후도 기준에 발목 잡혀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2014년 뉴타운에서 해제된 성북구 장위13구역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장위뉴타운에서 규모가 가장 크지만 뉴타운 해제 이후 신축 빌라가 들어서면서 연면적 노후도 점수가 낮아 사업이 멈춰 있었다. 마포구 대흥5구역 등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공모 때 반대 여론이 높았던 지역은 민간재개발로 돌아설 가능성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개발 활성화 대책이 막혀 있던 서울 주택 공급에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사업 기대로 일부 지역의 노후 단독, 다가구, 다세대, 빌라 등의 몸값이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노후 단독주택, 빌라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상승해 서민 주거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투기 방지를 위해 재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후보지를 공모하겠다고 고시하는 날을 권리기준일로 삼기로 했다. 이날 이후에는 지분쪼개기 등을 통해 소유권이 바뀌더라도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없다.
안상미/신연수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