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부와 기업 관계, 그 어색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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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외교 융합의 대전환에 발맞춰
정경유착의 음습한 기억 떨쳐내고
기업·정부 협력관계를 응원할 때"
강석훈 <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정경유착의 음습한 기억 떨쳐내고
기업·정부 협력관계를 응원할 때"
강석훈 <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세계의 경제와 외교 프레임이 대전환 중이다. 지금까지 양자는 영역을 분리하고, 각각의 논리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미·중 간 경쟁이 전 분야로 확대되면서 둘 사이의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안보 책임자인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제 문제인 글로벌 반도체 회의를 주관했다. 앞으로 경제와 외교 안보는 결합을 넘어 마치 한 덩어리처럼 융합될 것이다.
우리는 대전환 시대에 부합되는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신국가전략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는 기업과 정부와의 관계 재설정 문제다. 이전에 국가 간 경제 논의는 특정 산업의 육성·보호를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기업 단위로 정교화됐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나 대만 TSMC 환대, 중국의 롯데그룹에 대한 제재는 기업 단위 정책의 전형적인 사례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이름을 직접 거명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산업 차원보다 기업 단위가 중요해진 것은 세계 산업구조의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거미줄처럼 얽힌 글로벌 공급 체인은 기본적으로 기업 단위의 연결이다. 수확체증법칙이 작동되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초격차를 유지하는 1위의 첨단 기술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화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산업이 곧 기업이 되는 시대가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가경제전략에서는 정부와 시장 간 관계 설정이 중요한 논의 주제였다. 큰 시장과 작은 정부, 또는 큰 정부와 작은 시장이라는 대립적인 관계 설정 아래 양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차원의 논의였다. 대전환의 환경 변화는 새로운 차원의 정부와 시장 간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와 시장이 서로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저출생·저성장의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역동성을 확보하려면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그 세계가 경제와 외교 안보가 뒤엉키면서 융합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큰 시장과 작은 시장을 구분하는 주장은 중요성이 많이 퇴색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시장 관계에 대한 논의에서 시장은 주로 산업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개별 기업 단위까지 확장돼야 한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 확충이나 개별 산업 차원의 기술개발 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과 함께 그 기업이 당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에 함께 투자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기업과 정부 간 협력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양자 간 협력 관계를 주장하기는 조금은 어렵고 미묘하다. 국가 경제와 국민 일자리를 위해서는 협력해야 할 당위성이 크지만, 양자의 협력이라는 행태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미묘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미묘하면서 어색한 관계는 우리의 성장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이룬 성과가 눈부시지만,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적지 않은 국민에게 정경유착의 음습함에 대한 기억으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큼 다가온 대융합시대에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지 않고서는 수많은 미래의 도전을 이겨내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어두운 구석에서 검은 거래로 부당한 일을 성사시키는 구습이 발붙일 곳이 없어지고 있다. 설사 그런 거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음습한 거래로 글로벌 기업이 되기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 음습함에 대한 기억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기업과 정부 간 협력 관계를 응원할 때가 됐다. 양자 간 협력 채널을 공식화하고 협력 과정과 협력 결과를 국민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대전환의 거대한 도전을 돌파할 수 없다.
경제와 외교의 대전환 시대에 경제와 외교를 함께 다루는 외교경제부를 신설해보자. 산업뿐만 아니라 기업까지 함께 다루는 산업기업부를 신설해보자. 신뢰가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신뢰가 있으면 못 할 일이 없다.
우리는 대전환 시대에 부합되는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신국가전략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는 기업과 정부와의 관계 재설정 문제다. 이전에 국가 간 경제 논의는 특정 산업의 육성·보호를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기업 단위로 정교화됐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나 대만 TSMC 환대, 중국의 롯데그룹에 대한 제재는 기업 단위 정책의 전형적인 사례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이름을 직접 거명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산업 차원보다 기업 단위가 중요해진 것은 세계 산업구조의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거미줄처럼 얽힌 글로벌 공급 체인은 기본적으로 기업 단위의 연결이다. 수확체증법칙이 작동되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초격차를 유지하는 1위의 첨단 기술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화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산업이 곧 기업이 되는 시대가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가경제전략에서는 정부와 시장 간 관계 설정이 중요한 논의 주제였다. 큰 시장과 작은 정부, 또는 큰 정부와 작은 시장이라는 대립적인 관계 설정 아래 양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차원의 논의였다. 대전환의 환경 변화는 새로운 차원의 정부와 시장 간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와 시장이 서로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저출생·저성장의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역동성을 확보하려면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그 세계가 경제와 외교 안보가 뒤엉키면서 융합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큰 시장과 작은 시장을 구분하는 주장은 중요성이 많이 퇴색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시장 관계에 대한 논의에서 시장은 주로 산업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개별 기업 단위까지 확장돼야 한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 확충이나 개별 산업 차원의 기술개발 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과 함께 그 기업이 당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에 함께 투자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기업과 정부 간 협력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양자 간 협력 관계를 주장하기는 조금은 어렵고 미묘하다. 국가 경제와 국민 일자리를 위해서는 협력해야 할 당위성이 크지만, 양자의 협력이라는 행태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미묘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미묘하면서 어색한 관계는 우리의 성장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이룬 성과가 눈부시지만,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적지 않은 국민에게 정경유착의 음습함에 대한 기억으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큼 다가온 대융합시대에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지 않고서는 수많은 미래의 도전을 이겨내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어두운 구석에서 검은 거래로 부당한 일을 성사시키는 구습이 발붙일 곳이 없어지고 있다. 설사 그런 거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음습한 거래로 글로벌 기업이 되기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 음습함에 대한 기억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기업과 정부 간 협력 관계를 응원할 때가 됐다. 양자 간 협력 채널을 공식화하고 협력 과정과 협력 결과를 국민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대전환의 거대한 도전을 돌파할 수 없다.
경제와 외교의 대전환 시대에 경제와 외교를 함께 다루는 외교경제부를 신설해보자. 산업뿐만 아니라 기업까지 함께 다루는 산업기업부를 신설해보자. 신뢰가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신뢰가 있으면 못 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