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은 내달 4~8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2021)를 앞두고 공개된 논문 초록을 분석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등 개발에 역량이 집중되면서 ‘스타 데이터’는 부재했지만, 국내 주요 업체들은 양호한 데이터를 발표했다는 평가다.

허혜민 연구원은 26일 “세계 최대 암 학회인 ASCO 초록에 따르면 투자자들을 설레게 할 데이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ASCO에서 추가 업데이트된 데이터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오스코텍, 제넥신, 메드팩토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은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양호한 데이터를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유한양행·오스코텍의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아미반타맙과의 병용 1·1b상 중간결과가 공개된다.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기반으로 3상 환자 모집 및 타그리소 투여 이후에도 재발된 환자에 효과를 나타내, 혁신치료제(BTD) 신청 및 가속승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허 연구원은 내다봤다.

그는 “BTD 신청 및 가속 승인 가능성이 높아지며 우수한 임상 전략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아미반타맙 단독으로도 지난 21일 EGFR 엑손 20 삽입변이 환자 대상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 승인을 받아,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의 병용 치료제 승인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중국 경쟁 제품 아모레르티닙의 성공적인 3상 데이터도 발표됐는데, EQRx가 저렴한 가격에 신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 추후 레이저티닙 단독 요법은 가격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제넥신의 자궁경부암 백신 ‘GX-188E’은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객관적반응률이 31%로 작년 44%보다 소폭 낮아졌다. 다만 높은 안전성으로 기술이전 기대감은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허 연구원은 “올해말 GX-188E의 국내 조건부허가 승인을 신청 예정으로, 기술이전은 안전성과 효능을 보인만큼 가능성 높아졌다고 판단된다”면서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 했고 국내 임상에 한정돼 있지만, 기존 키트루다 단독 대비 자궁경부암 적응증에서 두 배 이상 높아진 반응율과 병용 투여임에도 낮은 부작용, 2상 데이터로 효능 입증 등은 기술 도입에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약품의 벨바라페닙은 반환 우려를 해소했다는 판단이다. 허 연구원은 “1상 데이터 확인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반환 우려 및 벨바라페닙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지만, 이번에 진척된 데이터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며 “임상적 혜택을 볼 수 있는 목표 환자 군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속도감 있는 임상 진척을 기대하며, 추후 노바티스와 임상 속도 및 데이터 경쟁에 따라 신속 출시 및 시장 선점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만한 해외 데이터로는 알로진의 동종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와 BMS의 ‘LAG-3’ 치료제를 꼽았다.

그는 “BMS는 흑색종 환자 대상 LAG-3 치료제 렐라틀리맙과 옵디보의 병용 2·3상 데이터에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 대비 유사한 효능과 더 우수한 안전성을 나타냈다”며 “흑색종 치료제에 옵디보 여보이 병용의 대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데이터는 1세대 면역관문억제제 외에도 LAG-3가 차세대 면역 항암제로서 중요한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추후 항LAG-3 관련 물질의 기술 수출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했다.

알로진은 긍정적 데이터 발표로 자가 CAR-T 림프종 치료제에 뒤쳐지지 않는 효능과 더 낮은 부작용을 확인했다. 다만 주가 변화는 크지 않았다. 허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자가 CAR-T로 앱클론 녹십자유틸렉스 큐로셀 등이 개발 중으로, 앱클론과 녹십자셀은 고형암 표적으로 차별화하고 있으나 아직 전임상 단계”라면서“비상장업체 큐로셀이 림프종 환자 대상으로 지난달 국내 1·2상 개시해 2024년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연구원은 “코로나19로 ASCO가 비대면으로 개최되며 업체간 교류가 둔화됐고, 많은 제약사들이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등의 연구에 집중하면서 업계 활력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스타 데이터의 부재가 드러났다”면서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 및 내년부터는 진척된 의미 있는 임상 데이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ASCO 초록, 서프라이즈는 없지만 양호한 데이터 공개”
김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