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1년 365일 상시채용 제도 도입
정량적 스펙보다 진솔한 본인 이야기 '중요'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늘어나고 투자자들을 지원해주는 시스템들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인재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상경계열의 대졸자를 뽑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증권업계에서 인재 채용에 적극적이기로 알려진 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일반적인 증권사들이 '인사부'로 통칭되는 부서에서 사람을 뽑는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채용교육부'를 신설해 채용만을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초다.
그동안 인재채용은 인재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자원'으로 여겨졌다. 조직 관점 채용을 주로했던 탓이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의 채용교육부는 지원자 개개인에 초점을 맞춰 디테일하게 맞춤형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채용교육부는 채용팀과 교육팀으로 나뉘어 하나의 유기체처럼 조화를 이루면서 한국투자증권의 '맨파워'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여영상 부장을 포함한 9명의 채용교육부 직원들을 만났다.
인턴과정 적극 활용…올해부터 1년 365일 상시채용 제도 도입
여 부장은 리서치센터에서 유통부문 베스트애널리스트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올해 채용교육부를 담당하게 됐다. 일반 기업에서 인사부장의 모습은 아닌 셈이다. 직전까지 현장에서 실무를 뛰었던만큼 인재를 보는 눈도 남다르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의 채용의 가장 큰 포인트로 인턴과정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을 꼽았다.여 부장은 "과거에 서류전형이나 면접만으로 사람을 찾았을 때는 놓쳤을 법한 인재들을 인턴 제도를 통해 발굴할 수 있었다"며 "지원자들은 인턴 활동을 통해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코드가 맞고 조직에 잘 융화될 수 있는 직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부터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빠르게 배치하기 위해 상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상시채용은 지원자가 언제든 지원서류를 올려두면 상시로 접수된 지원서를 검토해 채용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필요 인력 발생 시 공고를 통해 채용을 시작하는 수시채용과 달리 역량을 갖춘 지원자가 있을 경우 바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송은 차장은 "상시채용의 요구 조건이 너무 모호해도 반대로 너무 세부적이어도 제대로 된 상시채용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지원자들의 지원서를 수시로 검토한 뒤 적합한 부서와 매칭해 피드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상시채용 외에도 한국투자증권의 인재 채용 채널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공채 △수시공채 △수시 경력채용 △해외대 인턴채용 △전역장교 채용 △리서치 챌린지 △채용연계형 인턴 △체험형 인턴 등 9가지에 달한다.
여 부장은 "채용 채널이 다양하다보니 지원자분들이 헷갈릴 수 있지만 회사에서 모시고 싶은 인재를 찾지 못하는 손실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생각"이라며 "새로운 채널을 계속 만들면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 지원자들과 실제 입사자들의 전공은 다양해지고 있다. 지원자에서는 상경계열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전공이 상경계열이라고 해 우대하진 않고 있다. 여 부장은 "실제로 예체능 전공의 지원자가 입사해 훌륭한 영업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등 과거처럼 입사에 유리한 학과라는 것은 없다"며 "최근들어 이공계 학과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고 금융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자들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50명 신규 채용 계획…스펙보다 본인 이야기 '중요'
올해 한국투자증권은 약 35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채용 인원(261명)에서 약 34% 증가한 수준이다. 이미 1분기에는 82명을 채용했다. 인원 수를 정해놓고 채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인재가 많다면 채용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증권시장에 흔들리지 않고 회사와 함께 커나갈 인재를 채용하는 게 목표다.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매년 최종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지원자들에게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왜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하고 싶은지' 등을 자주 물어본다고 한다.
이 차장은 "해당 질문들은 자기소개서에서도 묻는 항목"이라며 "자소서에 예쁘게 꾸민 말이더라도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지 못한다면 면접에서는 확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팁을 전했다.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증권회사를 입사하려면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하는지'다. 이에 대해 이 차장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과 그에 관련한 본인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취업준비생들을 만나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량적 스펙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면서 "회사는 직무에 맞는 스펙의 사람을 뽑는게 아니라 이 일을 얼마나 하고 싶고 관심있어 하는지 준비된 사람을 채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을 본인 배경으로 잘 설명하는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회사가 원하는 답변을 쓴다기 보다는 본인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쓰는 것이 포인트"라며 "회사에서 이 질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본인의 이야기를 대화하듯 쓰는 것이 팁이라면 팁"이라고 설명했다.
글=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