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산림청…'탄소청'인가 '벌목청'인가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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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를 푸르게 가꾸는 게 본업인 것으로 알고 있던 산림청이 탄소중립을 위해 오래된 나무들을 대량으로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 밝혀지면서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관련 보도가 나간 후 여러 반박과 재반박 등이 이뤄진 상황이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팩트 중 하나는 산립청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흡수력이 떨어지는 30년 안팎 나무 3억 그루를 베어내고 향후 30년간 어린 나무 26억 그루를 심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고 환경부가 제동을 걸면서 일단 산림청의 벌목 계획은 원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산림청의 벌목 계획을 두고 벌어진 논란의 핵심중 하나는 오래된 나무의 탄소 흡수력이 정말 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그런 결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수종이나 연령 기후에 따다 제 각각이며 확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산림청이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30년 이상된 나무들을 베어낸 뒤 어떻게 처리하는 가이다. 베어낸 나무의 대부분을 집이나 건축물 등에 통목재 등으로 쓴다면 이런 나무들이 가둬 온 이산화탄소 대부분을 그대로 비교적 장기간 저장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벌목 과정에서 뿌리 잔가지 잎 등이 마구잡이로 버려지면서 고정한 탄소의 절반 가량이 이미 재 배출된다고 한다. 각종 목재로 최종적으로 쓰이는 부분은 원목의 20% 정도에 불과하고 이런 저런 탄소 손실을 감안하면 숲에서 고목이 저정했던 탄소가 목재로 바뀌면서 지속적으로 저장하는 탄소는 10% 정도라고 한다. 이는 그나마 목재로 쓰는 경우이고 펠렛이나 우드칩으로 만들어 태워버릴 경우 석탄 연료를 태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를 발생한다.
결국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며 고목이 저장했던 엄청난 양의 탄소 대부분을 공기중에 배출해버리고 탄소 흡수력이 뛰어난 어린 나무 여러 그루를 심겠다는 게 산림청의 계획이었던 셈이다. 엄청 큰 저수지가 거의 다 차서 추가로 물 저장이 어려우니 큰 저수지를 허물고 새로 물을 저장할 여력이 큰 작은 저수지 여러개를 건설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큰 저수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어디로 가든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산림청 계획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벌목과 식재의 기준을 오직 탄소저장 능력으로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단순히 목재나 탄소 저장용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구시대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다. 전 세계가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숲의 중요성에 대해 그토록 강조하는 것은 나무가 생태계에 미치는 복합적이면서도 다양한 역할 때문이다.
나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탄소동화작용으로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수 많은 미생물 곰팡이는 물론 각종 기생 식물, 곤충, 동물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나무 열매 씨앗은 여러 동물의 먹이가 되고 뿌리는 토양의 성질을 바꾸며 땅속에서도 물을 걸러내고 흙을 기름지게 하는 등 여러 작용을 수행한다. 거목이 많은 숲은 기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멸종위기 동물이 전 세계에서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도 무분별한 벌목과 숲의 파괴로 이들의 서식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며 생태계 연결고리에서 다수의 동식물이 사라지게 되면 그 영향은 결국 인간에게로 돌아온다는 걸 온 세계가 경험하고 있다. 나무가 사라진 자리에는 홍수와 산사태로 흙 속의 영양분이 소실되고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황량한 땅이 돼버린다. 수십년된 고목이 만들어 놓은 이런 생태계를 다수의 어린 나무가 단 시간내에 대체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얘기는 이제 거의 상식이다. 코스타리카 같은 나라는 한 때 벌목으로 국토 대부분의 숲이 사라졌으나 그 결과가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은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 지난 수십년간 숲 보존 노력을 기울인 결과 국토의 절반 이상이 다시 원시림을 회복했다. 사라졌거나 멸종위기종이 대거 돌아왔고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수의 생물 다양성을 보유한 국가가 됐고 지금은 에코 투어리즘의 대표 국가로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을 비롯, 이미 한국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인공 사육해 자연에 방사하는 일이 국내에서도 수년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물론 개별 종 보존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동식물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파괴라는 점부터 깨닫는 일이다. 그리고 서식지 파괴의 시작은 벌목과 산립파괴로부터 시작된다. 나무와 숲이 우거지면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양한 생태계는 어느 새 복원된다.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산지로 되어 나무가 자라고 있는 숲을 단지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고목을 베어버리고 어린 나무를 다수 심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생각해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김선태 논설위원
논란이 커지고 환경부가 제동을 걸면서 일단 산림청의 벌목 계획은 원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산림청의 벌목 계획을 두고 벌어진 논란의 핵심중 하나는 오래된 나무의 탄소 흡수력이 정말 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그런 결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수종이나 연령 기후에 따다 제 각각이며 확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산림청이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30년 이상된 나무들을 베어낸 뒤 어떻게 처리하는 가이다. 베어낸 나무의 대부분을 집이나 건축물 등에 통목재 등으로 쓴다면 이런 나무들이 가둬 온 이산화탄소 대부분을 그대로 비교적 장기간 저장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벌목 과정에서 뿌리 잔가지 잎 등이 마구잡이로 버려지면서 고정한 탄소의 절반 가량이 이미 재 배출된다고 한다. 각종 목재로 최종적으로 쓰이는 부분은 원목의 20% 정도에 불과하고 이런 저런 탄소 손실을 감안하면 숲에서 고목이 저정했던 탄소가 목재로 바뀌면서 지속적으로 저장하는 탄소는 10% 정도라고 한다. 이는 그나마 목재로 쓰는 경우이고 펠렛이나 우드칩으로 만들어 태워버릴 경우 석탄 연료를 태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를 발생한다.
결국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며 고목이 저장했던 엄청난 양의 탄소 대부분을 공기중에 배출해버리고 탄소 흡수력이 뛰어난 어린 나무 여러 그루를 심겠다는 게 산림청의 계획이었던 셈이다. 엄청 큰 저수지가 거의 다 차서 추가로 물 저장이 어려우니 큰 저수지를 허물고 새로 물을 저장할 여력이 큰 작은 저수지 여러개를 건설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큰 저수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어디로 가든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산림청 계획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벌목과 식재의 기준을 오직 탄소저장 능력으로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단순히 목재나 탄소 저장용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구시대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다. 전 세계가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숲의 중요성에 대해 그토록 강조하는 것은 나무가 생태계에 미치는 복합적이면서도 다양한 역할 때문이다.
나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탄소동화작용으로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수 많은 미생물 곰팡이는 물론 각종 기생 식물, 곤충, 동물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나무 열매 씨앗은 여러 동물의 먹이가 되고 뿌리는 토양의 성질을 바꾸며 땅속에서도 물을 걸러내고 흙을 기름지게 하는 등 여러 작용을 수행한다. 거목이 많은 숲은 기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멸종위기 동물이 전 세계에서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도 무분별한 벌목과 숲의 파괴로 이들의 서식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며 생태계 연결고리에서 다수의 동식물이 사라지게 되면 그 영향은 결국 인간에게로 돌아온다는 걸 온 세계가 경험하고 있다. 나무가 사라진 자리에는 홍수와 산사태로 흙 속의 영양분이 소실되고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황량한 땅이 돼버린다. 수십년된 고목이 만들어 놓은 이런 생태계를 다수의 어린 나무가 단 시간내에 대체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얘기는 이제 거의 상식이다. 코스타리카 같은 나라는 한 때 벌목으로 국토 대부분의 숲이 사라졌으나 그 결과가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은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 지난 수십년간 숲 보존 노력을 기울인 결과 국토의 절반 이상이 다시 원시림을 회복했다. 사라졌거나 멸종위기종이 대거 돌아왔고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수의 생물 다양성을 보유한 국가가 됐고 지금은 에코 투어리즘의 대표 국가로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을 비롯, 이미 한국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인공 사육해 자연에 방사하는 일이 국내에서도 수년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물론 개별 종 보존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동식물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파괴라는 점부터 깨닫는 일이다. 그리고 서식지 파괴의 시작은 벌목과 산립파괴로부터 시작된다. 나무와 숲이 우거지면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양한 생태계는 어느 새 복원된다.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산지로 되어 나무가 자라고 있는 숲을 단지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고목을 베어버리고 어린 나무를 다수 심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생각해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김선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