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죄송"…극단 선택 간호직 공무원 카톡엔 '호소와 사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숨지기 전 업무 관련 압박감 호소
"코호트 격리 병원 다녀온 후 부담"
유족 측, 코로나 관련 격무 시달렸다 주장
"코호트 격리 병원 다녀온 후 부담"
유족 측, 코로나 관련 격무 시달렸다 주장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산의 간호직 공무원이 숨지기 전날 동료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업무에 압박감을 호소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33)씨의 유족은 지난 26일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22일 동료들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공개된 대화에서 이씨는 2명의 동료에게 "이른 시간 연락을 드려 죄송하다. 어제 오전 코호트 격리된 A병원에 다녀와서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정말 '멘붕'이 와서 B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 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저랑 C님과 D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 선생님들께 먼저 의논하는 게 맞는건데 제가 진짜 좀 마음이 고되서 그런 생각을 못했다"며 "열심히 하고 계시던 선생님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이씨는 상사와의 대화에서도 업무 관련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간부는 이씨에게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하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 그러나 어쨌든 시작했는데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제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평소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알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잘 모르는 직원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어쨌든, 코호트격리 해제될 때까지 잘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재차 "죄송하다"면서 "코호트 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다. 더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해나가겠다"고 사과했다. 이씨는 끝내 이튿날인 23일 오전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날 주말 근무를 마친 이씨는 남편과 함께 기분 전환을 위해 외출에 나섰고, 이후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지만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7년차 간호직 공무원으로 동구보건소에서 5년째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보건소 직원들이 차례로 순서를 정해 코호트 병원을 담당해왔으나 이씨의 순서가 아닌데도 일을 떠맡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씨가 포털사이트에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우울증 등의 단어를 검색했으며,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글도 살펴봤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최형욱 동구청장은 "해당 직원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과 연관된 업무를 해 담당하게 된 것으로 안다. 본래 담당 업무가 있지만 간호직 공무원이라 역학조사 등 업무에 참여했다"며 "고충을 미리 소통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족은 당초 3일장을 치르려 했으나 이씨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5일장으로 연장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33)씨의 유족은 지난 26일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22일 동료들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공개된 대화에서 이씨는 2명의 동료에게 "이른 시간 연락을 드려 죄송하다. 어제 오전 코호트 격리된 A병원에 다녀와서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정말 '멘붕'이 와서 B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 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저랑 C님과 D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 선생님들께 먼저 의논하는 게 맞는건데 제가 진짜 좀 마음이 고되서 그런 생각을 못했다"며 "열심히 하고 계시던 선생님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이씨는 상사와의 대화에서도 업무 관련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간부는 이씨에게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하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 그러나 어쨌든 시작했는데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제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평소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알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잘 모르는 직원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어쨌든, 코호트격리 해제될 때까지 잘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재차 "죄송하다"면서 "코호트 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다. 더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해나가겠다"고 사과했다. 이씨는 끝내 이튿날인 23일 오전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날 주말 근무를 마친 이씨는 남편과 함께 기분 전환을 위해 외출에 나섰고, 이후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지만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7년차 간호직 공무원으로 동구보건소에서 5년째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보건소 직원들이 차례로 순서를 정해 코호트 병원을 담당해왔으나 이씨의 순서가 아닌데도 일을 떠맡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씨가 포털사이트에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우울증 등의 단어를 검색했으며,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글도 살펴봤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최형욱 동구청장은 "해당 직원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과 연관된 업무를 해 담당하게 된 것으로 안다. 본래 담당 업무가 있지만 간호직 공무원이라 역학조사 등 업무에 참여했다"며 "고충을 미리 소통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족은 당초 3일장을 치르려 했으나 이씨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5일장으로 연장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