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가 영국에서 운전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맺었다. 영국 우버 운전자를 개인사업자(프리랜서)가 아니라 직원으로 대우하기로 한 데 이은 조치다. 우버처럼 임시계약직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긱(gig·임시직) 이코노미’ 회사들의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버는 영국 내 우버 기사 7만여 명이 소속된 노조인 GMB와 26일(현지시간) 단협을 체결했다. GMB는 우버와 임금 및 근로조건 전반을 협상하는 단체교섭권을 정식으로 확보했다.

노사 양측은 분기에 1회씩 만나 우버 운전자들의 안전과 근로조건, 임금 등을 협상할 예정이다. 영국의 우버 운전자들은 차량 운행 여부와 언제 어디서 차량을 운행할지 등에 관한 선택권은 계속 갖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GMB는 성명을 통해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이번 합의는 공유경제기업 직원들이 노동권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우버가 영국에서 노조를 단협 상대로 인정한 것은 올해 초 영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우버 운전자를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직원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버가 운전자에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들은 자영업자가 아니라 우버 소속 근로자라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우버는 대법원 판결 후 영국의 자사 운전자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유급 휴가와 연금 등의 혜택을 준다고 발표했다.

우버는 미국에서는 운전자를 직원으로 대우하진 않는다. 하지만 절충안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 보장, 초과 노동 금지, 의료·생명보험 제공 등 복지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마티 월시 미 노동부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경우에 긱이코노미 종사자는 ‘직원’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등 긱이코노미 회사들의 정책 변화를 압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