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발족
미술계 "이건희 기증품 포함해 국립근대미술관 설립해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작품을 전시할 미술관 신설이 검토되는 가운데 미술계가 27일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발족하고 근대미술관 건립을 촉구했다.

미술계 인사 약 380명이 참여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날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발족식과 세미나를 열고 '이건희 컬렉션'을 보여주는 '이건희 미술관'이 아니라 기증 작품을 포함한 근대미술품을 모은 국립미술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오늘의 대한민국 정체성 형성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시기인 근대의 정신과 물질을 상징하는 국립근대미술관의 존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때마침 근대의 위대한 유산 1천여 점이 포함된 이건희 소장품의 국가 기증 사건이 발생했다"라며 이번 계기를 역사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립현대미술관의 근대기 소장 작품과 이건희 기증품의 근대기 해당 작품을 합해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한다면 오랫동안 그늘 속에 버려져 왔던 근대의 영혼과 감성, 그리고 고통을 극복해 온 근대의 역사가 장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 유족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이 중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 등 1천488점이 기증됐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 이후 정부가 미술관 신설을 검토하자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하고 삼성가에서 기증한 근대미술품 1천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미술품 2천여 점을 모아 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게 미술계 의견이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유족들이 유물 성격에 따라 나눠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을 한곳에 모으면 '만물상' 같은 박물관도 미술관도 아닌 기관이 될 것"이라며 "박물관학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해외토픽감으로 웃음거리가 될 일"이라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정 전 실장과 조은정 고려대 초빙교수, 홍재승 홍익대 겸임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설계한 홍재승 건축가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활용한 국립근대미술관 건축 방안을 제시했다.

송현동 부지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지하 사용권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면세점과 버스 주차장을 넣어 국가예산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정부서울청사에 대해선 총 19층 중 10개 층을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2개 층을 1개 층으로 만들어 층고를 높여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각계 의견을 수렴 중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달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한 미술관 신설을 위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술계 "이건희 기증품 포함해 국립근대미술관 설립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