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超)저금리 속에서도 톡톡한 이자와 까다롭지 않은 우대 조건으로 인기를 끌었던 은행 적금 상품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예·적금 이자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한때 대표 '목돈 만들기' 상품이었던 적금 금리도 이제 기본 '0%대'가 굳어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25일부터 '신한 인싸 자유적금'과 '신한 주거래 드림(Dream) 적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 가운데 '인싸 자유적금'은 지난 2019년 말 은행권 오픈뱅킹 개시와 함께 출시된 상품이다. 출시 당시 최고 연 3%의 이자율과 높은 납입액 한도로 재테크 관련 커뮤니티에서 '혜자 적금'으로 불릴 만큼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기본 금리 연 1%에 오픈뱅킹에 동의하면 우대금리 연 0.5%포인트, 오픈뱅킹을 통해 타행 계좌에서 출금하면 입금 건마다 연 1%포인트를 추가로 얹어줘 우대 조건을 충족하기 쉬웠던 게 인기 요인이었다. 현재는 최고 연 2.5%로 금리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를 내거는 대신 월 최대 납입금을 월 10~20만원, 많아야 50만원으로 한정하는 대부분의 적금 상품과 달리 매달 최대 100만원까지 자유롭게 부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싸 자유적금은 오픈뱅킹 초기 출시했던 상품으로 마케팅 시효가 다했다는 판단"이라며 "다음달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상품군을 정비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이날부터 'KB펫코노미 적금' 판매를 종료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타깃으로 한 이 상품은 기본금리 연 1.2~1.25%(1년 만기 기준)에 계좌별로 주는 인터파크 쿠폰을 등록하면 0.2%포인트, 펫코노미 카드를 보유하면 0.2%포인트 등 총 0.6%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줬다. 가입 제한이 없고 인터파크에서 반려동물 관련 쇼핑을 할 때 쓸 수 있는 할인쿠폰도 따라와 반려인구 사이에 인기가 높았지만 이날부터 판매가 중단됐다.

남아 있는 적금들은 이자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앞서 우리은행은 이달 14일부터 '우리WON모아 적금'의 최고 금리를 연 3.3%에서 연 2.3%로 낮췄다. 이 상품 역시 오픈뱅킹 서비스와 함께 출시된 상품으로 높은 금리와 낮은 우대 조건 문턱으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은행은 이달 21일부터는 '우리200일적금'의 기본 금리도 연 1%에서 연 0.8%로 인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동성이 대규모로 풀리고 부동자금이 급증하면서 은행들로서는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 등)만으로도 수신 잔액이 넘치는 상황"이라며 "특별한 마케팅 경쟁이 벌어지지 않고서야 수신 금리를 높일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은행 이자에 대한 기대를 접으면서 돈을 불리기 위해 은행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암호화폐에까지 관심을 갖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쥐꼬리 은행 이자' 현상은 심해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정기적금 신규취급액 가중평균금리는 연 1.15%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