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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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실종됐다 숨진 대학생 손정민 씨 사건에 대해 경찰이 처음으로 공개 브리핑을 열고 그간 제기된 의혹을 반박했다.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CCTV 영상을 두고 '친구 A씨가 손씨를 한강에 빠뜨렸다'며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대상자 4명 중 2명을 조사한 결과 사건과 관계 없는 인물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23쪽 분량 수사 내용 발표...의혹 일일이 반박

서울경찰청은 27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수사한 상황으로는 손씨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됐다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손정민 사망' 중간 수사결과 발표 "범죄 정황 현재까지 없어"
이날 경찰은 23쪽에 달하는 '수사진행사항' 문건을 발표했다. 문건에는 사건개요와 수사상황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반박도 담겨있다. 각종 의혹과 함께 가짜뉴스가 퍼지자 경찰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문건은 서울경찰청과 서초경찰서 홈페이지에도 게재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수사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수사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친구 A씨가 조력자와 함께 손씨를 빠뜨렸다?..."사건과 관계 없는 인물"

경찰은 친구 A씨가 손씨를 한강에 빠뜨렸다는 의혹을 반박했다. 의혹의 근거가 된 CCTV 영상에 나온 당사자를 특정해 조사했지만 사건과 관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앞서 다수의 유튜브 채널에서 손씨가 실종됐던 지난달 25일 오전 4시23분 경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부축해 옮기는 듯한 CCTV 영상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친구 A씨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손씨를 옮기는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경찰은 반포나들목 CCTV 영상을 통해 해당 장면에 등장하는 4명을 찾았다. 이가운데 2명의 인적사항을 특정해 조사했고, 다른 2명은 인적사항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잠수교 방면으로 이동해 택시에 탑승한 것을 확인했고, 압수영장을 신청해 인적사항을 특정했다.

경찰은 "조사한 대상자 2명은 손씨와 친구 A씨를 목격하지 못했고, 오전 4시22분 경 중앙데크 쪽으로 가 쓰레기를 버린 후 4시29분 경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나타난 낚시꾼 7명, 신빙성 없다?..."차량 193대 탐문해 확인"

경찰은 손씨가 실종된 날 새벽 4시 40분 경 '한강에서 평영하는 사람을 봤다'는 낚시꾼 7명을 조사한 경위도 설명했다.

지난 18일 낚시꾼 7명의 진술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사건 발생 후 20여일이 지난 후 목격자가 갑자기 등장해 신뢰할 수 없다'는 의혹이 나왔다.

경찰은 목격자를 확보하기 위해 사건 당시 한강공원에 출입한 차량 193대의 소유주·탑승자를 일일이 탐문한 결과 낚시꾼 일행을 확인했다. 이어 지난 12~13일에 걸쳐 일행 7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일행 7명 중 5명이 한강에 들어간 사람을 직접 봤다고 일관된 진술을 했다"며 "목격자와 함께 현장을 조사하고 목격자의 휴대폰 포렌식도 진행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는 친구 A씨가 손씨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친구 A씨가 25일 오전 4시42분 경 귀가할 때 탑승했던 택시기사를 조사했다"며 "택시 기사는 운행 종료 후 내부 세차 시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실종일 오전 3시38분~4시27분 행적 미확인"

경찰은 실종 현장을 가까이에서 직접 비추는 CCTV가 없어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행적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과장은 "최종 체류지점으로부터 약 180m 거리에 있는 반포나들목 CCTV를 중심으로 주변 CCTV와 제보 영상 등을 집중 분석했다"며 "영상에 작은 점으로 보이는 행인까지도 특정해 당시 현장을 목격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지난달 25일 오전 3시38분부터 4시27분 사이 손씨와 A씨의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손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간은 오전 3시38분이다. 목격자들은 손씨와 A씨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함께 누워있거나 앉아있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오전 4시27분 A씨 홀로 돗자리에서 3~4m 가량 떨어진 한강변 경사면 인근에서 잠든 채 발견됐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