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동안 제주시 43개 위탁의료기관 중 단 1곳만 잔량 표시
기관 "전화 예약자까지 접종 끝내야 잔여 백신 생길 것
"

27일, 바로 오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그날'이 될 줄 알았다.
'될줄 알았는데' 잔여백신 예약, 인기 뮤지컬 티켓팅보다 어려워
정부에서 30대 접종을 시작하면 그 기한에 순서대로 맞겠노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로 잔여 백신을 예약해 접종할 수 있다는 보도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 매도 먼저 맞는다는데, 백신도 먼저 맞자'
백신 접종 결심이 서자 이날 오전부터 '잔여 백신' 예약 방법을 설명하는 기사를 정독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드디어 오후 1시. 부리나케 카카오톡에 접속했다.

이날 오전 정독했던 기사에서 설명한 대로 카카오톡 하단의 샵(#) 탭을 들어가니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잔여 백신' 탭이 나타났다.

하지만 빈 화면이 뜨거나,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만 노출됐다.

맘이 급했던 터라 이번엔 휴대전화 인터넷 창을 열고 네이버에 접속해 검색창에 '잔여 백신'을 검색했다.

오후 1시 1분. 내 위치인 제주시 연동 제주경찰청을 중심으로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이 표시됐다.

하지만 주변 43개 병원 중 잔여 백신을 보유한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1분 만에 모두 예약이 완료됐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잔여 물량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잔여 백신 수량이 3개 이하로 남아있을 경우에는 빨간색, 4∼6개는 노란색, 7개 이상은 초록색으로 각 의료기관 위치 위에 말풍선이 나타나지만, 안타깝게 내 주변 기관에는 흰색 말풍선만 표시됐다.

흰색 말풍선 속 주사기 그림 옆 숫자 '0'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혹시 몰라 가장 가까운 보유 기관을 찾아보니 내가 있는 곳에서 150㎞나 떨어진 목포에 있는 기관에 백신 3개가 표시됐다.

여기서 백신 접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알림 신청을 시도했다.

원하는 기관을 최대 5곳까지 고를 수 있었다.

다만, 네이버 검색창에서 잔여 백신을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알림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앱 다운이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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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예약은 선착순인 터라 부랴부랴 네이버 앱을 다운받아 설치해 주변 백신 접종 가능 기관 5개를 선택, 알림을 신청했다.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알림 신청을 하긴 했지만, 내가 오늘 몇 번째 예약자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카카오톡으로 예약하면 내 순번이 표시될까 싶어 다시 카카오톡에 접속했다.

20분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잔여 백신' 탭이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결국 노트북으로 다시 네이버에 접속해 '잔여 백신' 페이지를 열고, 몇 번이고 새로고침을 했다.

하지만 마치 이틀 전 뮤지컬 '시카고' 티켓 예약을 시도한 날처럼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았다.

오후 2시 39분. 드디어 처음으로 파란색 말풍선이 나타났다.

무려 잔여 수량이 5개였다.

알림 신청한 의료기관은 아니었지만, 차로 10분 거리라 고민 없이 예약 신청을 했다.

미리 네이버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아, 휴대전화 인증번호로 본인 확인을 했다.

평소 1초면 오던 인증번호가 1분 만에 왔다.

오후 2시 41분. 마지막 관문인 최종 예약 신청을 했다.

결국은 '실패'.
'접종 기관의 예약 시간 마감'이라는 아리송한 실패 사유가 나타났다.

예약하며 앞서 캡처해둔 사진을 보니 해당 접종 기관 운영시간이 2시간 전인 27일 낮 12시까지로 표기돼 있었다.

기관에서 잔여 백신 입력을 잘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후 3시. 결국 휴대전화를 들어 가까운 A 위탁의료기관에 전화를 걸었다.

온종일 새로고침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A 위탁의료기관 관계자는 "현재 취소자가 없어 잔여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또 취소자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전화로 '노쇼' 백신을 예약한 대기자만 90명으로, 이분들이 접종을 마쳐야 당일 예약 가능한 백신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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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