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A씨는 이사하면서 기존에 다니던 병원이 아닌, 새로운 병원에 방문한다. A씨가 따로 진료기록을 떼 가지 않았는데도 의료진이 클라우드에 있는 의료 데이터에 접근해 A씨의 진료기록을 확인한다. A씨가 어떤 증상을 호소했는지, 기저질환이나 알레르기가 있는지 클릭 한 번으로 한눈에 알 수 있다. 스마트폰,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기록된 A씨의 평소 생활습관, 혈당 수치 등을 볼 수 있어 질환 예측도 가능하다.

클라우드·빅데이터 기술로 병원 진료를 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병원마다 제각각인 의료 용어를 표준화하고 진료기록을 클라우드에 저장해놓는다. 병원끼리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어 ‘중복검사’할 필요가 없다.

“클릭 한 번에 환자 특이사항 파악”

병원 옮겨도 네이버클라우드로 진료기록 공유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사업단이 27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역삼에서 밝힌 청사진이다. P-HIS는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고, 병원 운영 전반에 필요한 디지털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으로 2017년 고려대의료원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시스템 개발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삼성SDS, 비트컴퓨터 등이 참여했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지난 3월 국내 종합병원 중 처음으로 병원의 모든 시스템을 P-HIS로 바꿨다.

P-HIS를 적용하면 진료 효율성이 크게 좋아진다. 지금은 병원마다 임상진단명, 수술명, 증상명, 간호 용어 등이 제각각이다. P-HIS 사업단은 약 1년에 걸쳐 고려대안암·구로·안산병원의 10년치 진료 데이터를 표준화했다. 분석한 용어 및 코드만 8만9000여 개에 달한다. P-HIS 사업단장을 맡은 이상헌 고려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클릭 한두 번만으로 환자의 기본정보뿐 아니라 특이질환까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며 “지방의 중소·개인병원도 종합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받을 수 있어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래진료, 입원 등 각종 병원 업무는 38개 모듈로 표준화했다. 예약부터 수납, 제증명 관리까지 모바일 앱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개인 맞춤형 질병 예측·관리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를 통해 측정한 평소 건강 데이터를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 개인 건강검진 결과를 토대로 1년 안에 어떤 만성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하는 시스템도 곧 개발할 예정이다.

일본·영국 진출도 ‘눈앞’

사업단은 약 2년간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의료용 클라우드를 구축했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하면 병원마다 별도의 전산실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 관리 비용이 대폭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류재준 네이버클라우드 헬스케어사업담당 이사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초기 도입비 및 이용료를 평균 44.5%까지 절감할 수 있다”며 “운영 중 트래픽이 증가하거나 오류가 생길 때도 네이버의 24시간 전문 관리를 통해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과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고려대구로·안암병원에 이 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부산·울산·경산 지역의 2차 종합병원에 보급하고, 2023년에는 서울·부산시의 대형 종합병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께는 환자 동의를 받고 병원 간 데이터 공유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사업단은 최근 P-HIS의 보급을 전담하는 벤처기업 휴니버스글로벌을 설립했다.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사업단은 일본 내 병원과 함께 서버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와도 영국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