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임대차 매물 절반은 '월세'…세입자 보호정책이 '전세난민'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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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뒤흔드는 임대차3법
(1) '전세의 월세화' 가속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9개월 새 2만여건 '실종'
상한제·갱신권 탓에 반전세·월세 전환 늘며 전세품귀 심화
(1) '전세의 월세화' 가속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9개월 새 2만여건 '실종'
상한제·갱신권 탓에 반전세·월세 전환 늘며 전세품귀 심화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 품귀’

고가 주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 들어서만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 206㎡(58억원)와 한남더힐 233㎡(49억원)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198㎡(33억원) △강남구 청담린든그로브 203㎡(32억5000만원) 등이 직전 거래가보다 최대 10억원 오른 가격에 전세 계약됐다.
새 임대차법이 전세시장에 기름을 부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때 전셋값을 크게 높여 받거나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아예 ‘이번 기회에 들어가 살겠다’는 집주인도 많다”고 분석했다.
전셋값 오르자 매매가격까지 불안
국민은행 월간조사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시행된 지난해 7월 31일 이후 올 4월까지(2020년 8월~2021년 4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735만원(2억5939만원→3억674만원) 올랐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년여간 상승액 1698만원의 세 배에 달한다.폭등한 전세가는 매매 심리까지 자극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지난해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이제 세입자들이 감당하기 힘들게 된 곳이 많다”며 “거주 불안이 커지자 서울을 벗어나 경기, 인천 등에서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젊은 층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경기도 집값은 0.32%, 인천은 0.43% 올라 서울 상승률(0.10%)을 크게 앞섰다.
보유세 강화, 입주물량 감소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 다음달 전·월세신고제까지 시행된다. 이 제도는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 이상의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금액을 포함한 계약 사항을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전·월세 신고 내용은 언제든 과세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며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월세마저 거둬들이면 임대차 시장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