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사진=한경DB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한경DB
중국의 'K팝 건드리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복, 김치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며 문화공정을 시도했던 중국이 K팝에도 꾸준히 시비를 걸고 있다.

"절차를 밟았다면 사용승인했을 텐데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라 당황스럽습니다."

가수 윤하는 자신의 곡 '기다리다'를 무단으로 변형해 부른 뒤 유튜브에 올려 '저작권자' 행세를 하는 중국 측의 만행에 이 같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최근 중국의 음반사들이 유튜브에서 한국 음원 저작권을 도용한 사례가 잇따랐다. 윤하 외에도 아이유의 '아침눈물',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토이의 '좋은 사람', 다비치 '난 너에게', 이승철 '서쪽하늘' 등 한국 음원이 포함된 다수의 영상의 곡명, 아티스트명, 앨범명, 저작권자 등이 전부 중국어 이름으로 표기됐다. 전혀 다른 가수, 음반사 및 제작사가 라이선스 제공자 란에 이름을 올린 것.
아이유, 윤하 /사진=한경DB,
아이유, 윤하 /사진=한경DB,
중국인이 중국어로 노래를 다시 불렀다고 해서 원작자의 권리까지 빼앗을 수 있는 것일까. 터무니없는 소리다. 중국 음반사들은 유튜브의 저작권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 '콘텐츠 아이디'를 원작자보다 '먼저' 등록하는 방식을 통해 저작인접권(음반제작사·가수 등 실연자의 권리)을 무단으로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는 저작권 소유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인증할 수 있는 첨부파일을 제공하면 이를 토대로 알고리즘이 일치하는 복사본을 자동으로 판별하는 '콘텐츠 아이디'를 운영하고 있는데, 중국 업체들이 '콘텐츠 아이디' 등록을 선점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역이용한 것이다. 결국 음반 제작자, 실연자의 저작인접권 사용료가 중국 음반사로 배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향후 저작권료가 정상적으로 배분되도록 유튜브 측에 조치를 완료했고, 과거 사용료 또한 소급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유튜브 코리아에 콘텐츠 아이디 도용이 발생한 경위를 확인하고,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 조치도 요청할 예정"이라며 콘텐츠 아이디 정정 요청, 사후 이용허락을 통한 광고 수익 배분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권리자들의 대응 의사다. 저작권자, 저작인접권자들의 적극적인 대응 의사가 없이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음원에 대한 정보를 유튜브에 등록하는 주체가 저작권자 본인이기 때문이다. 문체부 또한 "권리자들의 대응 의사를 확인하고 권리 위임을 받아 해외 저작권 중국 사무소를 통해 중국 판권국과 협력해 중국 음반사에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저작권자의 적극적인 권리 주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의 K팝 관련 저작권 침해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콘텐츠가 활기를 띤 상황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통으로 유출하는 사례는 지난해부터 지속됐다. 이에 문체부는 인터폴과 '온라인 저작권 침해 대응 국제공조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현재까지도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에는 유출된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풀 버전이 게재돼 있는 상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뺏을 수 없다면 막아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걸까. 최근에는 '입맛대로 검열'이 문제시되고 있다.

최근 중국판 트위터로 통하는 웨이보는 방탄소년단, 엑소 등 일부 K팝 아이돌 그룹 팬 계정 활동을 30일 동안 금지했다. '건전하지 않게 아이돌을 응원했다'는 게 제재 이유였다. 웨이보는 "건전한 아이돌 팬클럽 환경을 만들기 위한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의 지시에 부응코자 금지령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차단 당한 계정의 경우 공연 영상과 활동에 대한 공지, 인기투표 링크 등의 일반적인 팬 활동 게시물들이 있을 뿐, 웨이보가 문제 삼는 '비이성적 행동'을 찾긴 어려웠다.

이뿐만 아니다. 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방탄소년단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스페셜편 '프렌즈: 리유니언'을 방송하면서 이들의 분량을 삭제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밴 플리트상 시상식에서 한 수상 소감을 두고 중국이 "중국군의 희생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트집을 잡았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K팝의 '글로벌화'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별 음반 수출액만 봐도, 미국이 1700만 달러로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중국을 따라잡고 2위로 올랐다. 세계 각국의 음악팬들에게 K팝이 소비되는 만큼, 문화 주권을 침해하려는 행위에 대한 분명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다소 조심스럽다. 한한령 이후 일본, 미국을 주요 수출 타깃으로 삼으면서도, K팝 소비율 TOP3에 드는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속사정 때문이다. 대중문화 범주에서 중국 관련 이슈가 예민해지기 시작하면서 고민은 더 깊어졌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연습생 및 오디션 지원자들의 국적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진 걸 보면서 K팝의 인기를 체감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은 꾸준히 K팝에 열성적인 지지를 보이는 나라"라면서 "중국 관련 이슈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리스크 감수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인의 해외 진출에서 아시아를 빼놓기 어렵다. 이를 고려한다면 언제까지 '눈치보기'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