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늪에 빠져드는 동남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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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감염자 급증
인니·태국·필리핀 등 봉쇄 조치
낮은 백신 접종률에 속수무책"
이태호 싱가포르 특파원
인니·태국·필리핀 등 봉쇄 조치
낮은 백신 접종률에 속수무책"
이태호 싱가포르 특파원
말레이시아와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인도에 이어 코로나19 재확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제 봉쇄(록다운) 조치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노동 인력의 국경 이동이 활발한 반면 백신 접종은 더뎌 올해 경기 회복 기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28일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26일까지 7일 동안 하루 평균 6838명에 달했다. 인구 100만 명당 211명으로, 인도의 165명을 뛰어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올 들어 두 번째 전국적인 록다운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댄 아시아 금융 중심지 싱가포르도 불똥을 맞았다. 대만과 함께 아시아 지역 방역 모범국가로 꼽혀온 싱가포르 정부는 이달 들어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30명을 웃돌자 지난 16일부터 한 달 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발표했다. 식당 취식과 모임을 금지하는 록다운에 가까운 조치다.
태국과 필리핀은 갑작스러운 확진자 증가로 지난달 수도인 방콕과 마닐라에서 부분 봉쇄령을 발동했다. 단단했던 태국의 방역망은 지난달 신년 축제인 송끄란을 전환점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누적 확진자 수가 지난 26일 기준 약 13만8000명으로, 축제 전인 3월 말까지 2만9000명에서 두 달 만에 네 배로 불어났다. 교도소 집단 감염 발생과 병상 부족, 백신 도입 지연 문제까지 겹치면서 그동안의 방역 성과에 안주했던 정부는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필리핀에선 최근 1주일 동안 하루 평균 5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도 확진자 수가 다시 늘자 다음달부터 이동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초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빠른 회복을 기대하던 동남아 정부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재앙을 피하려면 가장 강력한 수단인 전면 록다운을 실시해야 하지만, 재정 여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를 수렁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제외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국은 올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GDP는 지난해 3.4% 줄었다.
많은 전문가는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희망은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뿐이라고 강조한다. 일시적인 록다운으로 당장의 확산을 막더라도 반복적인 대유행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코로나19 검사 자체가 적고 충분한 의료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에서조차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는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제 회복 기대를 접어야 할 처지다. 동남아 전체 6억5500만 명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백신 접종률(1차 접종 이상)은 각각 6%와 3%에 불과하다. 프라카시 삭팔 ING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저효과를 감안해 올해 7~8%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부분 록다운 등으로 목표 달성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아 경제를 늪에 빠뜨린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는 경기 낙관론이 커지고 있는 한국에도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1.0%포인트 올려잡았다. 자산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의 백신 접종률은 예상치 못한 경기 충격 위험을 키우는 요소로 잠재해 있다. 동남아 국가처럼 갑작스러운 감염 확산에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와 접종률 제고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충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28일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날까지 7일 동안 152명으로 이달 들어 가파르게 늘어났다. 지난달 중순까지 수개월 동안은 신규 확진자가 아예 없거나 1명인 날이 대부분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2인 초과 모임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들어갔다.
국제 행사가 취소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20일 올해 ‘샹그릴라 대화’를 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샹그릴라 대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사령탑이 싱가포르에 모이는 연례 행사로 다음달 열릴 예정이었다. 앞서 세계경제포럼(WEF)은 다보스포럼을 취소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스위스 휴양지인 다보스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특별히 ‘코로나19 청정 지역’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자유롭게 홍콩을 오갈 수 있는 ‘에어 트래블 버블(ATB)’ 시행도 무기한 연기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ATB 시행을 9일 앞둔 지난 17일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발표했다.
28일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26일까지 7일 동안 하루 평균 6838명에 달했다. 인구 100만 명당 211명으로, 인도의 165명을 뛰어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올 들어 두 번째 전국적인 록다운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댄 아시아 금융 중심지 싱가포르도 불똥을 맞았다. 대만과 함께 아시아 지역 방역 모범국가로 꼽혀온 싱가포르 정부는 이달 들어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30명을 웃돌자 지난 16일부터 한 달 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발표했다. 식당 취식과 모임을 금지하는 록다운에 가까운 조치다.
태국과 필리핀은 갑작스러운 확진자 증가로 지난달 수도인 방콕과 마닐라에서 부분 봉쇄령을 발동했다. 단단했던 태국의 방역망은 지난달 신년 축제인 송끄란을 전환점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누적 확진자 수가 지난 26일 기준 약 13만8000명으로, 축제 전인 3월 말까지 2만9000명에서 두 달 만에 네 배로 불어났다. 교도소 집단 감염 발생과 병상 부족, 백신 도입 지연 문제까지 겹치면서 그동안의 방역 성과에 안주했던 정부는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필리핀에선 최근 1주일 동안 하루 평균 5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도 확진자 수가 다시 늘자 다음달부터 이동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초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빠른 회복을 기대하던 동남아 정부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재앙을 피하려면 가장 강력한 수단인 전면 록다운을 실시해야 하지만, 재정 여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를 수렁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제외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국은 올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GDP는 지난해 3.4% 줄었다.
많은 전문가는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희망은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뿐이라고 강조한다. 일시적인 록다운으로 당장의 확산을 막더라도 반복적인 대유행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코로나19 검사 자체가 적고 충분한 의료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에서조차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는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제 회복 기대를 접어야 할 처지다. 동남아 전체 6억5500만 명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백신 접종률(1차 접종 이상)은 각각 6%와 3%에 불과하다. 프라카시 삭팔 ING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저효과를 감안해 올해 7~8%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부분 록다운 등으로 목표 달성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아 경제를 늪에 빠뜨린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는 경기 낙관론이 커지고 있는 한국에도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1.0%포인트 올려잡았다. 자산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의 백신 접종률은 예상치 못한 경기 충격 위험을 키우는 요소로 잠재해 있다. 동남아 국가처럼 갑작스러운 감염 확산에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와 접종률 제고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충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싱가포르서 국제행사 잇따라 무산
싱가포르의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리면서 세계 최고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도시국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28일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날까지 7일 동안 152명으로 이달 들어 가파르게 늘어났다. 지난달 중순까지 수개월 동안은 신규 확진자가 아예 없거나 1명인 날이 대부분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2인 초과 모임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들어갔다.
국제 행사가 취소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20일 올해 ‘샹그릴라 대화’를 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샹그릴라 대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사령탑이 싱가포르에 모이는 연례 행사로 다음달 열릴 예정이었다. 앞서 세계경제포럼(WEF)은 다보스포럼을 취소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스위스 휴양지인 다보스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특별히 ‘코로나19 청정 지역’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자유롭게 홍콩을 오갈 수 있는 ‘에어 트래블 버블(ATB)’ 시행도 무기한 연기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ATB 시행을 9일 앞둔 지난 17일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