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주권자가 국내에서 낳은 자녀들이 별도 귀화 허가 절차 없이 신고만 하더라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지난달 입법예고 후 “수혜대상이 대부분 중국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인구감소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에 확산한 반중정서와 맞물려 파장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법무부는 28일 예정에 없던 언론 브리핑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특정 국가 국민만을 위해 개정안을 만들어야겠다고 의도한 적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금은 영주권자의 미성년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부모가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다면, 필기시험이나 범죄경력 조회 등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6세 이하 자녀는 별도 요건 없이, 7세 이상은 국내에서 5년 이상 체류한 경우 신고만으로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2∼3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한 영주권자나, 한국과 역사·혈통적으로 유대가 깊은 영주권자의 자녀 3930여 명이 대상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이 가운데 94.8%가 중국 국적 조선족과 화교 자녀들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국적법 개정안 입법을 결사반대한다’는 제목의 글에는 28일까지 30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청원인은 “주 대상인 화교들을 포함해 많은 외국인이 국민보다 더 쉽게 부동산을 구입하고, 지방선거에 참여하며, 각종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책임과 의무의 무게를 다르게 느끼는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을 임의로 부여하고 자유와 권리를 제공하는 모순적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송소영 법무부 국적과장은 “국적제도에 대한 미래지향적 검토는 2005년부터 시작됐으며 이 제도를 특정 국가의 국민만을 위해 만들겠다고 의도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적제도의 근간인 ‘혈통주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오히려 우리와 같은 혈통인 재외동포의 국내 출생 자녀를 대상으로 해 ‘혈통주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