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기업 규제 강화 법안에 대한 경제 및 법조계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작년 9월 내놓은 기존안으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징벌적 배상, 美선 살해 등에 적용…상법 적용시 기업만 잡겠다는 것"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단소송법 제정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위한 법적 쟁점과 입법적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임철현 법무부 상사법무과 과장은 집단소송법 및 징벌 배상에 관한 개정 상법 정부안을 설명했다. 법무부는 ‘자료제출명령제도’ ‘소송 전 증거 조사’ ‘제외신고(옵트아웃)제’ 등 재계가 우려를 나타낸 부분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법안은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넓히는 게 골자다. 특히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피해자 측의 입증 부담을 줄였다. 반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증거는 자료제출명령제도와 소송전 증거 조사 등을 통해 가감 없이 내놓도록 했다. 기업이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 사실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제출명령제도’도 법안에 포함됐다.

토론회에선 이들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주로 상해, 살해 등 악의적 불법 행위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상법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기업만 잡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자료제출명령제도 역시 피고에게 과도한 입증의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외신고제에 대해서도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지가 있으며 피해자가 패소할 경우 소송 사실을 몰랐던 다른 피해자들의 이익도 침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날 축사를 맡은 여러 민주당 의원은 이들 법안의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백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기업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미리 대비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사전에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주 민주당 의원도 “기업 규제 완화와 책임 강화는 함께 가야 할 두 개의 축”이라며 “두 법안을 통해 기업 책임을 강화하지 않고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법안은 법무부가 올해 3월 국회에 제출하려 했지만 아직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