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곧 죽을 권력이라 판단하고 자신이 지휘하는 고강도 표적수사를 통해 압박해 들어갔다”는 내용이 담긴 회고록을 발표했다. 20대 대통령선거를 9개월 앞두고 조 전 장관이 자서전 출간을 예고하면서 여권이 또다시 ‘조국 소용돌이’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다음달 1일 발간 예정인 회고록 《조국의 시간》 서문에서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꾹 참고 써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낸 윤석열은 조국 수사와 검찰개혁 공방이 계속되는 어느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일부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조 전 장관을 패배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지만, 강성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여권의 대권 주자들은 벌써부터 조 전 장관을 두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대선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8일 “조국의 시련은 촛불로 세운 나라의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됨을 일깨우는 촛불 시민 개혁사”라며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출간한 자신의 대담집이 ‘조국 사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에 대해 “그런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자신의 SNS에는 조 전 장관에 대해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자신의 SNS에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마음이 아리다”고 썼다.

내년 3월 9일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조 전 장관 문제가 핵심 이슈로 재부각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대 청년층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당의 딜레마는 더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조 전 장관을 향해 “또다시 국민 기만극을 펼치려 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