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국 인플레 나비효과 →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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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나온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투자자들의 경기 회복 기대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청구건수는 전주(44만4000건)보다 3만8000건 줄어든 40만6000건으로 나왔습니다. 예상치(42만5000건)보다 낮은 팬데믹 발생 이후 최저치입니다. 이런 식으로 주당 3만~4만 건씩 감소한다면 5~7주 뒤인 7월이면 팬데믹 이전 수준인 주당 20만 건 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22개주가 연방정부가 주는 추가 실업급여 혜택을 6월부터 자체 조기 중단키로 했기 때문에 다음 달이면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주요 지수는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28일 중요한 인플레이션 지표인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와 메모리얼데이 연휴(29~31일)를 앞두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항공, 크루즈 등 경제 재개 관련주들이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얼타뷰티(ULTA)의 터란 아민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나와 "색조 화장품과 스킨케어 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 지난 1분기에도 판매가 25% 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CEO는 CNN에서 "이번 메모리얼데이 연휴에 수요가 급등했다. 항공기 좌석의 80~90%가 찰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께 S&P 500 지수가 지난 6주 동안의 박스권 상단인 4200 선을 살짝 넘자 다시 매물이 출회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내내 4190선에 머물던 S&P 500 지수는 장 막판 힘을 내며 4.89포인트, 0.12% 오른 4200.88포인트에 마감됐습니다. 4200선에 가까스로 턱걸이한 겁니다. 다우 0.41%는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0.01% 하락했습니다. 낮은 변동성과 적은 거래량 속에 AMC가 35.58% 치솟는 등 소위 밈(meme) 주식이 또 다시 급등했습니다. 소형주, 공매도가 많은 주식의 상승폭도 두드러졌습니다. 박스권 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몇 주와는 약간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4월 내구재 소비는 전달에 비해 1.3% 감소해 예상(0.9% 증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별 영향은 없었습니다. 방산제품과 자동차 감소(반도체 부족 탓) 등을 제외하면 다른 산업의 경우 예상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4월 잠정 주택판매지수도 전월보다 4.4% 줄어든 106.2를 기록했습니다. 매물이 적은데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있는 탓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경제 지표가 재정 지출로 만든 인위적 정점을 지났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들입니다. 이날 시장 금리는 상당 폭 올랐습니다. 25일 연 1.55%까지 떨어졌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한 때 1.625%까지 치솟았다가 1.609%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28일 2차 대전 이후 최대인 6조 달러 상당의 2022회계연도 예산을 제안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때문입니다. 인프라와 교육, 헬스케어 등 투자를 위해 연방정부 예산을 2022회계연도 6조 달러를 시작으로 2031회계연도 8조200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10년간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는 매년 최저 1조3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당장 2022회계연도 재정 적자가 1조8000억 달러에 달하게 됩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하원에 출석, 정부가 10년 이상 뒤처진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더 공격적 지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2010년 이후 예산이 11년간 정체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옐런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 더 광범위한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928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딜 예산안을 백악관에 제안한 사실도 보도됐습니다. 당초 제안한 5680억 달러보다 증액된 것입니다. 백악관이 인프라딜 규모를 2조3000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로 낮춘데 이은 것입니다. 어쨌든 양측이 조금씩 접점을 찾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재정을 더 쓴다는 얘기이니까요.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이 '바이든 정부의 2022회계연도 예산안은 자본이득세율이 올해 4월 말부터 인상 적용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금리는 다시 1.599%까지 내려가기도 했지요. 뉴욕 증시에서는 순간 지수 하락폭이 커졌습니다. 이날 발표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습니다. GDP 잠정치(계절 조정치)는 연율 6.4%로 나와 앞서 발표된 속보치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세부 지표 중 물가 지표는 모두 높아졌습니다. 구매가격지수는 기존 3.8%에서 3.9%로 상향 조정되어 31년래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4분기엔 1.7%에 불과했습니다. 또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5%에서 3.7%로,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2.3%에서 2.5%로 높아졌습니다. 시장은 이제 28일 아침 8시30분에 발표될 4월 PCE 물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4.2%보다 낮은 3.5%대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급등중인 집값, 월세 등은 CPI에는 40% 수준이 반영되는데 PCE엔 20% 수준만 반영된다. 반영률이 낮기 때문에 CPI보다 PCE가 통상 30% 가량 낮게 나온다. 만약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고 해도 Fed 인사들은 "일시적"이라고 또 다시 무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는 이래저래 당분간 '1.5~1.7%'대 박스권에서 유지될 것이란 게 월가의 대체적 시각입니다. △외국인 수요 △많았던 공매도 물량의 숏스퀴즈(공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되사는 것)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 △수그러든 인플레이션 우려 △Fed가 정책을 바꾸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믿음 등이 영향을 주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 연기금·은행 등 기관투자자 자금까지 유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엔 아시아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가고, 미국 시장이 열리는 시간에 떨어진다. 미국 기관이 채권을 사는 것이다. 뉴욕 금융시장에 자금이 넘치고 있는데다 증시 조정을 예상한 헤지 수요도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중에 자금이 넘친다는 신호는 미 중앙은행(Fed)가 운영하는 역레포(reverse repo) 시장에서 확인됩니다. 최근 역레포로 Fed에 맡기는 돈이 하루 4000억 달러를 훌쩍 넘고 있습니다. 은행 등으로 저축 등 자금은 밀려들어오는데, 대출 수요 등은 그만큼 증가하고 있지는 않은 탓입니다.
이런 매수세는 이날 재무부가 실시한 62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응찰률이 2.412배(직전 여섯 번 평균 2.264배)에 달하며 낙찰 금리가 연 1.285%로 입찰 직전(1.291%)보다 0.6bp(1bp=0.01%포인트) 낮게 형성됐습니다. 당연히 모든 물량이 성공적으로 발행됐지요. 지난 2월 말 7년물 입찰 때 2.045배의 저조한 응찰률 속에 낙찰 금리가 치솟으며 시중 금리 폭등을 촉발했던 상황과는 너무나 다른 겁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옐런 장관은 하원 발언에서 "최근 우리가 목격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며, 굳어진 것(endemic)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왔던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옐런은 이날 약간 다른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인플레가 몇 달간 지속되고, 올해 말까지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겁니다. 지금까지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대략 9월께면 물가가 꺾일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이었는데 연말까지 높은 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인플레이션 우려가 영향을 미치는 건 미국 시장뿐이 아닙니다.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줍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일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벌써 9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왜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지 뉴욕에서 일하는 한국계 증권사 지점장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들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주식을 세일즈(브로커리지)하는 게 주요 업무이니까요.
이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의 리밸런싱으로 지적됐습니다. 패시브, 퀀트 펀드들이 기계적으로 팔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MSCI 리밸런싱이 끝나는 6월부터는 외국인 매도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두 번째가 인플레이션 우려입니다.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이끄는 성장주(기술주) 중심의 시장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금리가 오르고, 높아진 금리는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기술주가 많은 시장에서 주가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한국 시장 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씨티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가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고, 백신 보급이 더딘 신흥국을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주가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 증시의 조정 가능성입니다. 뉴욕 증시에서는 지난 4월 말 '5월에는 팔고 떠나라'라는 증시 격언이 회자됐고, 이달 중순(10~19일 8거래일 중 6거래일 하락) 일부 조정이 나타났습니다. 한 지점장은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의 흐름이나 다른 큰 시장의 흐름 속에서 한국 시장 물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미국 시장의 조정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분위기이고 달러도 약세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액티브 펀드 쪽에서는 한국 주식을 파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6월에는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시장 분위기가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준다는 건 종목에서도 드러납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한국 주식은 의류주 등 경기 재개 관련주가 많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선 갭, 어반아웃피터스, 아베크롬비피치, 갭, 풋로커 등 신발·의류주들이 초강세를 보여왔지요. 한 지점장은 "요즘 미국 도심 유흥가에서는 밤마다 헐리우드 같은 파티가 벌이지고 DJ 등이 틀어대는 음악이 시끄럽다. 유명 음식점마다 스포츠카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청구건수는 전주(44만4000건)보다 3만8000건 줄어든 40만6000건으로 나왔습니다. 예상치(42만5000건)보다 낮은 팬데믹 발생 이후 최저치입니다. 이런 식으로 주당 3만~4만 건씩 감소한다면 5~7주 뒤인 7월이면 팬데믹 이전 수준인 주당 20만 건 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22개주가 연방정부가 주는 추가 실업급여 혜택을 6월부터 자체 조기 중단키로 했기 때문에 다음 달이면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주요 지수는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28일 중요한 인플레이션 지표인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와 메모리얼데이 연휴(29~31일)를 앞두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항공, 크루즈 등 경제 재개 관련주들이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얼타뷰티(ULTA)의 터란 아민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나와 "색조 화장품과 스킨케어 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 지난 1분기에도 판매가 25% 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CEO는 CNN에서 "이번 메모리얼데이 연휴에 수요가 급등했다. 항공기 좌석의 80~90%가 찰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께 S&P 500 지수가 지난 6주 동안의 박스권 상단인 4200 선을 살짝 넘자 다시 매물이 출회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내내 4190선에 머물던 S&P 500 지수는 장 막판 힘을 내며 4.89포인트, 0.12% 오른 4200.88포인트에 마감됐습니다. 4200선에 가까스로 턱걸이한 겁니다. 다우 0.41%는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0.01% 하락했습니다. 낮은 변동성과 적은 거래량 속에 AMC가 35.58% 치솟는 등 소위 밈(meme) 주식이 또 다시 급등했습니다. 소형주, 공매도가 많은 주식의 상승폭도 두드러졌습니다. 박스권 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몇 주와는 약간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4월 내구재 소비는 전달에 비해 1.3% 감소해 예상(0.9% 증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별 영향은 없었습니다. 방산제품과 자동차 감소(반도체 부족 탓) 등을 제외하면 다른 산업의 경우 예상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4월 잠정 주택판매지수도 전월보다 4.4% 줄어든 106.2를 기록했습니다. 매물이 적은데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있는 탓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경제 지표가 재정 지출로 만든 인위적 정점을 지났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들입니다. 이날 시장 금리는 상당 폭 올랐습니다. 25일 연 1.55%까지 떨어졌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한 때 1.625%까지 치솟았다가 1.609%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28일 2차 대전 이후 최대인 6조 달러 상당의 2022회계연도 예산을 제안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때문입니다. 인프라와 교육, 헬스케어 등 투자를 위해 연방정부 예산을 2022회계연도 6조 달러를 시작으로 2031회계연도 8조200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10년간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는 매년 최저 1조3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당장 2022회계연도 재정 적자가 1조8000억 달러에 달하게 됩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하원에 출석, 정부가 10년 이상 뒤처진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더 공격적 지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2010년 이후 예산이 11년간 정체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옐런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 더 광범위한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928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딜 예산안을 백악관에 제안한 사실도 보도됐습니다. 당초 제안한 5680억 달러보다 증액된 것입니다. 백악관이 인프라딜 규모를 2조3000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로 낮춘데 이은 것입니다. 어쨌든 양측이 조금씩 접점을 찾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재정을 더 쓴다는 얘기이니까요.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이 '바이든 정부의 2022회계연도 예산안은 자본이득세율이 올해 4월 말부터 인상 적용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금리는 다시 1.599%까지 내려가기도 했지요. 뉴욕 증시에서는 순간 지수 하락폭이 커졌습니다. 이날 발표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습니다. GDP 잠정치(계절 조정치)는 연율 6.4%로 나와 앞서 발표된 속보치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세부 지표 중 물가 지표는 모두 높아졌습니다. 구매가격지수는 기존 3.8%에서 3.9%로 상향 조정되어 31년래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4분기엔 1.7%에 불과했습니다. 또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5%에서 3.7%로,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2.3%에서 2.5%로 높아졌습니다. 시장은 이제 28일 아침 8시30분에 발표될 4월 PCE 물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4.2%보다 낮은 3.5%대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급등중인 집값, 월세 등은 CPI에는 40% 수준이 반영되는데 PCE엔 20% 수준만 반영된다. 반영률이 낮기 때문에 CPI보다 PCE가 통상 30% 가량 낮게 나온다. 만약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고 해도 Fed 인사들은 "일시적"이라고 또 다시 무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는 이래저래 당분간 '1.5~1.7%'대 박스권에서 유지될 것이란 게 월가의 대체적 시각입니다. △외국인 수요 △많았던 공매도 물량의 숏스퀴즈(공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되사는 것)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 △수그러든 인플레이션 우려 △Fed가 정책을 바꾸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믿음 등이 영향을 주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 연기금·은행 등 기관투자자 자금까지 유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엔 아시아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가고, 미국 시장이 열리는 시간에 떨어진다. 미국 기관이 채권을 사는 것이다. 뉴욕 금융시장에 자금이 넘치고 있는데다 증시 조정을 예상한 헤지 수요도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중에 자금이 넘친다는 신호는 미 중앙은행(Fed)가 운영하는 역레포(reverse repo) 시장에서 확인됩니다. 최근 역레포로 Fed에 맡기는 돈이 하루 4000억 달러를 훌쩍 넘고 있습니다. 은행 등으로 저축 등 자금은 밀려들어오는데, 대출 수요 등은 그만큼 증가하고 있지는 않은 탓입니다.
이런 매수세는 이날 재무부가 실시한 62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응찰률이 2.412배(직전 여섯 번 평균 2.264배)에 달하며 낙찰 금리가 연 1.285%로 입찰 직전(1.291%)보다 0.6bp(1bp=0.01%포인트) 낮게 형성됐습니다. 당연히 모든 물량이 성공적으로 발행됐지요. 지난 2월 말 7년물 입찰 때 2.045배의 저조한 응찰률 속에 낙찰 금리가 치솟으며 시중 금리 폭등을 촉발했던 상황과는 너무나 다른 겁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옐런 장관은 하원 발언에서 "최근 우리가 목격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며, 굳어진 것(endemic)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왔던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옐런은 이날 약간 다른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인플레가 몇 달간 지속되고, 올해 말까지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겁니다. 지금까지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대략 9월께면 물가가 꺾일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이었는데 연말까지 높은 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인플레이션 우려가 영향을 미치는 건 미국 시장뿐이 아닙니다.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줍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일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벌써 9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왜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지 뉴욕에서 일하는 한국계 증권사 지점장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들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주식을 세일즈(브로커리지)하는 게 주요 업무이니까요.
이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의 리밸런싱으로 지적됐습니다. 패시브, 퀀트 펀드들이 기계적으로 팔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MSCI 리밸런싱이 끝나는 6월부터는 외국인 매도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두 번째가 인플레이션 우려입니다.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이끄는 성장주(기술주) 중심의 시장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금리가 오르고, 높아진 금리는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기술주가 많은 시장에서 주가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한국 시장 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씨티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가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고, 백신 보급이 더딘 신흥국을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주가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 증시의 조정 가능성입니다. 뉴욕 증시에서는 지난 4월 말 '5월에는 팔고 떠나라'라는 증시 격언이 회자됐고, 이달 중순(10~19일 8거래일 중 6거래일 하락) 일부 조정이 나타났습니다. 한 지점장은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의 흐름이나 다른 큰 시장의 흐름 속에서 한국 시장 물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미국 시장의 조정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분위기이고 달러도 약세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액티브 펀드 쪽에서는 한국 주식을 파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6월에는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시장 분위기가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준다는 건 종목에서도 드러납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한국 주식은 의류주 등 경기 재개 관련주가 많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선 갭, 어반아웃피터스, 아베크롬비피치, 갭, 풋로커 등 신발·의류주들이 초강세를 보여왔지요. 한 지점장은 "요즘 미국 도심 유흥가에서는 밤마다 헐리우드 같은 파티가 벌이지고 DJ 등이 틀어대는 음악이 시끄럽다. 유명 음식점마다 스포츠카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