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로 재산은닉' 체납자 적발되자…코인으로 납세담보
세금을 체납하면서 현금을 수표로 바꿔 돈을 쓰고 다니던 고액 체납자들이 당국 추적에 걸리자 가상화폐로 밀린 세금을 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체납자 A씨는 세금 4천100만원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438억원을 자기앞수표로 바꿨다.

50대 사채업자인 A씨는 서울시가 시중 10개 은행을 통해 추적한 체납자 자기앞수표 교환 액수 순위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

교환 액수 2위는 214억원으로 A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로부터 출석요청서를 받은 A씨는 즉시 조사를 받으러 나와서는 친구에게 차명으로 맡겨둔 가상화폐를 납세 담보로 제공하며 세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20년 만에 조세 정의가 구현된 사례도 나왔다.

체납자 B씨는 올해 2월 현금 1억5천만원을 자기앞수표로 교환한 사실이 적발됐다.

B씨 역시 출석요청서를 받고 조사를 받은 뒤 체납액 2천500만원을 모두 납부했는데, 이 체납액은 2001년 8월 과세한 것이었다.

체납자 C씨는 금융사기를 저질러 수감된 상황이었지만, 그가 2019년 수표 10억원을 교환한 점을 확인한 서울시가 배우자 거주지를 수색한 끝에 현금 1천700만원을 발견하고 압류해 체납액 일부를 충당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금을 떼먹고 주식 투자에서 훌륭한 성적을 낸 사람도 많았다.

시가 국내 28개 증권사를 통해 고액 체납자 보유 주식을 조사한 결과, 380명이 평가금액 및 예수금 등 총 1천38억원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체납액은 620억원이다.

체납자 D씨가 보유한 주식 56개 종목은 평가금액이 92억원에 달했다.

주식이 압류되자 D씨는 당일 서울시로 달려와 체납액 2천400만원을 현장에서 모두 냈다.

E씨는 평가금액이 46억원인 보유 주식이 강제 매각될 위기에 처하자 이달 말까지 체납액 1억6천만원 전액을 납부하겠다는 약정을 맺고 매각 보류를 요청했다.

서울시의 체납자 수표 추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체납 추적을 전담하는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저희가 예금이나 계좌는 수시로 압류할 수 있지만, 자기앞수표는 압류할 방법이 없다"며 그간 수표를 쫓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교환 기록으로 체납자들이 수표를 얼마나 교환했는지 파악할 수는 있지만, 수표 현물이 있어야 압류가 가능한데 체납자들은 대부분 수표를 교환 즉시 써 버리는 탓에 압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징수 활동을 하다 보면 체납자의 재산은닉 방법은 엄청나게 다양하고, 교묘하게 변한다"며 "저희가 항상 쫓아가는 식이지만, 쫓아가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