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30일 우승한 문경준이 우승컵을 들고 6년 만에 우승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문경준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PGA 제공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30일 우승한 문경준이 우승컵을 들고 6년 만에 우승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문경준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PGA 제공
문경준(39)의 14번홀(파4) 세컨드 샷이 ‘딱’ 하는 소리를 내며 깃대를 강타했다. 같은 조에서 우승 경쟁을 하던 서형석(24)의 귀에도 들릴 정도였다. 문경준의 샷을 바라본 서형석이 친 회심의 두 번째 샷은 그린을 한참 넘어갔다. 홀 오른쪽 약 2m 지점에서 잡은 버디 찬스. 망설임 없는 스트로크로 공을 밀어 넣은 문경준은 2타 차 선두로 올라섰고, 경기 시작 후 처음으로 얼굴에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우승을 확신한 ‘승리의 미소’였다.

2015년 이후 6년 만의 우승

문경준이 6년의 침묵을 깨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두 번째 우승을 수확했다. 문경준은 30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GC(파72)에서 열린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낚아채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를 기록한 그는 2위 함정우(7언더파·27)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원.

이날 우승으로 문경준은 2015년 5월 GS칼텍스·매경오픈 이후 6년 만에 코리안투어 통산 2승째를 신고했다. 2019년 제네시스 대상과 최소타수상 등 4관왕에 오르고도 우승이 없어 웃지 못하다가 이번 우승으로 묵은 갈증을 풀었다. 2019년 수상 직전 아버지를 잃은 그는 “경기 중간에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계셨으면 훨씬 더 큰 기쁨을 느꼈을 텐데 아쉽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1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한 문경준은 4번홀(파4)과 8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예열을 시작했다. 승부처는 14번홀. 보기 2개를 범한 서형석이 공동 선두로 내려온 상황에서 문경준은 두 번째 샷을 붙였고 버디 기회를 살려 서형석을 압박했다. 이 홀에서 서형석이 또 보기에 그치면서 둘의 격차는 2타 차로 벌어졌다. 막판에는 17번(파4), 18번홀(파5) 연속 버디를 잡은 함정우가 7언더파로 쫓아왔지만 문경준은 18번홀을 침착하게 파로 막아 우승을 확정했다.

문경준은 지금의 상승세를 유러피언투어에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019년 제네시스 대상 1위 자격으로 받은 유러피언투어 시드가 코로나19로 올해까지 연장되면서 올초에도 유러피언투어에서 뛰었다. 그는 “하반기에 백신을 접종받고 유럽 무대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골퍼 꿈 키워

문경준은 느린 백스윙만큼이나 늦게 핀 꽃이다.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등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골퍼의 꿈을 키운, ‘눈물 젖은 빵’의 맛을 아는 선수다. 데뷔 2년차였던 2008년에는 공황장애가 그를 덮쳤으나 이듬해 군에 입대해 군생활을 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대회 때마다 그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주최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굴곡 있는 삶을 통해 겪은 경험 때문이다. 동료들은 그를 ‘감사맨’이라고 부른다.

KB금융 리브챔피언십이 처음 출범한 2018년에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프로암을 하며 대회와 특별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당시 “금융회사 회장님이 18홀을 함께 걸으며 코스 곳곳을 점검하는 모습에서 뭔가를 크게 깨우쳤다”고 한 그는 결국 챔피언 자격으로 윤 회장과 다시 만났다. 문경준은 “대회를 여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서형석은 최종합계 6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3타를 줄인 함정우는 합계 7언더파 단독 2위에 올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