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경기회복 과정의 난관들
최근 미국 경제는 과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미국 성장률을 6.5%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대체로 3~4% 정도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에 필자가 참석한 학회에서 정책당국을 대표해 나온 정부 관료는 한국 경제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는 막을 내리고 다시 경제에 활기가 돌아온 것일까? 이런 장밋빛 전망은 성급해 보인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본격적 회복을 위해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째, 험난한 산업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확산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학교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됐고, 일상생활에서도 비대면 방식의 거래가 활성화됐다. 비대면 관련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산업은 오히려 호황을 누렸지만 대면 서비스업 등은 된서리를 맞았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가 사라진 뒤에도 어느 정도 지속되면서 우리의 생활 패턴을 바꿀 것이다. 최근 필자가 개최한 국제학술대회도 과거엔 생각하지도 못한 전면 비대면 회의로 진행됐다. 이런 사정은 경제 전반에 걸쳐 해당되며,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기 어려운 산업은 축소되면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둘째,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 부채는 선진국에선 그나마 디레버리징을 통해 축소됐지만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선 계속 증가했다. 또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실대출은 각종 금융 지원책이 사라지고 난 후 본격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올 1월까지 시중은행이 정부 조치에 따라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원금 또는 이자 상환을 유예해 준 대출금액은 90조원에 가깝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로 이 중 상당액은 부실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 부채 규모도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미 정부는 작년에 국내총생산(GDP)의 19%에 달하는 4조달러 규모의 재정지원책을 시행했을 뿐 아니라 올해에도 이미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을 확정했다. 미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는 재정정책 규모는 앞으로도 4조달러에 이른다. 한국은 이 정도는 아니지만 작년 추경으로 GDP의 3.4%에 달하는 66조8000억원의 재정지출을 늘렸으며, 올해도 이미 3월에 14조9000억원을 추가하기로 확정했다. 그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19년 37.7%에서 2020년 말 44.0%로 상승했다.

늘어난 국가 부채가 곧바로 대외 부채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아직도 외부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 경제가 과열돼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경우 금리가 오르고 이를 따라 한국의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때 과도한 민간 및 정부 부채는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셋째, 이번 경기침체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만한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초기에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붕괴로 총공급이 축소됐고, 불확실성 확대와 대면접촉의 어려움으로 총수요도 급감해 수요와 공급 충격이 동시에 왔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이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국이 동시 침체를 겪었다. 만약 한국만 경기침체를 겪었다면 환율 등의 조정으로 수출을 촉진해 빨리 회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모든 국가가 동시에 그런 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과거 글로벌 위기 때와 달리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미 지적한 대로 재정지출의 증가는 한계가 있다. 통화정책도 인플레이션이나 자본유출이 문제가 되는 경우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한가하게 경제 낙관론을 펼치고 있기보다 정책의 정상화 및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