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백신 접종 후 대선후보 뽑자"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당내 후보 경선 연기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후보’를 자처하는 이 의원의 발언으로 경선 연기 논란이 다시 불붙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의원은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코로나19로 1년 반 동안 고통받고 있다”며 “백신 문제가 해결돼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경선을 시작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이 경선 일정과 관련해 이 같은 견해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에 따르겠다”며 경선 일정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예정대로 다음달 경선을 시작해 9월 초까지 대선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에선 친문 진영의 경선 연기 요구가 더 노골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로 갈수록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 정권 지지도가 높아져 친문 후보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야당에서 ‘민주당보다 늦게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여당 내 경선 연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이 의원은 대선 출마 결심 계기에 대해 “김경수 경남지사를 지원하려 했지만 김 지사의 재판이 어려워졌고, (김 지사가) 제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지사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국민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안정화”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지만 검찰이 ‘린치 수준’의 수사를 한 것도 맞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정’의 상징으로 떠올랐다는 지적에는 “국민에게 검찰개혁이 ‘윤석열 찍어내기’로 보이면서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이 올라갔지만 윤 전 총장이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