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36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돌풍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 예비경선에서 일반 국민과 당원 각각 50%를 반영한 여론조사에서 종합 득표율 41%를 얻어 4~5선의 쟁쟁한 중진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회의원 경력이 한 번도 없는 이른바 ‘0선(選)’의 신예가 도합 23선 의원들을 압도한 것은 이변 중 이변이라 할 만하다. 그가 8명의 후보 중 일반 국민 조사에서 51%를 득표하고, 당원 조사에서도 관록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1%포인트 차로 2위를 기록한 걸 보면 일회성 바람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 정치사에서 40대 기수론과 세대교체 바람은 종종 있었지만 ‘0선’의 30대가 이렇게 파란을 일으킨 건 처음이다. 그에 대한 ‘호불호’나 대표 도전 성패를 떠나 ‘이준석 현상’은 국민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여야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그만큼 한국 정치가 얼마나 고인 물이고, 기득권에 안주하는지 드러내는 방증인 동시에 쇄신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물론 정치에서 젊다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이 전 최고위원이 102석 제1야당을 이끌 만한 리더십을 갖췄는지, 보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국민과 당원들이 그를 1위로 밀어올린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인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과 함께 새 정치에 대한 갈망과 기대를 30대 이준석이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한 것이다. 세계가 급변하는데 여전히 3류 수준을 맴도는 구태 정치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여야 모두 ‘이준석 돌풍’이 지니는 함의를 직시해야 한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 심판 주역인 중도층과 20~30대 젊은 층은 이번에는 야당에 기회를 줬다. 국민의힘이 이를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지 못하고, 과거처럼 ‘꼰대 정당’ ‘웰빙 정당’에 머물러 구시대적 지역주의와 계파정치에 몰두한다면 이들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남의 당 일이라고 애써 모른 척할 때가 아니다. 유럽 각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 30~40대 젊은 리더들이 대거 등장하는 판국인데, ‘장유유서(長幼有序)’식 인식 수준에 머문다면 역시 무능한 꼰대 정당이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선 변화의 바람이 거센데, 174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586운동권식 사고에 갇혀 극성 지지층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반민주적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또다시 민심의 호된 심판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