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후 임대차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 건수가 이전(1~7월) 12건에서 110건(8~12월)으로 급증했다는 한경 분석기사(29일자 A8면 참조)는 극심해진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을 잘 보여준다. 월 평균 분쟁 상담 건수도 7575건으로 법 시행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월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 사흘 만에 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킬 때부터 ‘예견된 부작용’이다. 법 통과 직후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던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모습이 생생하다.

통계 수치가 아니어도 집주인과 세입자 간 사이가 틀어지고, 감정 싸움이 소송으로 번진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본다. 그렇다고 ‘정책 목표’처럼 전셋값이 안정된 것도 아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 100주간 계속 올랐다. 전·월세상한제 등 도입 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직전 같은 기간에 비해 23% 줄었다. 임대료 상승폭을 5%로 제한하자, 집주인들이 직접 살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물량이 줄어드니 전셋값이 뛸 수밖에 없다. 이런 판국에 ‘임대차 3법’의 마지막인 전·월세신고제까지 내일부터 도입되면 월세마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임대차법 이전에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조건에 맞춰 계약하고, 여의치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어설프게 개입하면서 갈등만 키운 꼴이다. 집주인(가진 자)은 나쁜 사람이고 세입자(못 가진 자)는 피해자라는 ‘갈라치기 프레임’이 부동산 실정에 따른 분노의 화살을 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면 국민을 무시한 것이고, 임대차법이 실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다면 무지하고 무능한 것이다.

자기 집을 갖고, 기왕이면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건 누구나 가진 기본적 욕망이다. 이를 외면하고 비싼 집에 사는 사람을 투기꾼 취급하니 부동산 해법이라고 내놓는 것마다 헛다리를 짚는 식이다. ‘부동산 빅브러더’ 우려가 제기된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을 신설하는 건 또 어떤 부작용을 부를지 모른다. 공공임대 주택도 필요하지만,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말마따나 공공임대에서 평생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처벌·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수많은 수요자의 ‘최선의 선택’으로 형성된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는 착각이자 오만일 뿐이다. 오죽하면 이 정부 부동산정책은 국민이 계속 집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