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바람, 태풍될까 미풍에 그칠까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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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밴드왜건 올라탔다…돌풍 더 세질 것”
“리더십 의구심…당심, 안정성에 손 들어줄 것”
국민의힘, 모처럼 전당대회 흥행 기대
여당은 “무섭고 놀랍고 두렵다” 긴장
“리더십 의구심…당심, 안정성에 손 들어줄 것”
국민의힘, 모처럼 전당대회 흥행 기대
여당은 “무섭고 놀랍고 두렵다” 긴장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쟁쟁한 중진들을 제치고 1위를 하며 돌풍을 일으킨데 대해 당 내부 반응은 어리둥절, 놀라움, 반가움 등이 혼재돼 있다. 진작부터 ‘이준석 바람’은 일었지만, 도합 23선인 7명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41%의 득표를 할지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민정당 시절 당직자로 들어와 3선을 한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정치권에서 30년 넘게 있었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이라며 “40대도 아닌 30대가, 그것도 의원 경력 하나도 없는 이른바 ‘0선(選)’이 이런 정도의 돌풍을 일으킬 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한국 정당사에서 세대 교체 바람은 종종 불었으나 ‘0’선의 30대 정치 신인이, 그것도 보수 정당에서 경선 판도를 흔드는 저력을 보여준 사례는 찾기 힘들다. 2000년대 국민의힘 전신 정당인 한나라당 시절 ‘남(남경필)원(원희룡)정(정병국)’이 당 쇄신 바람을 일으키며 소장 개혁파의 대명사로 통한적이 있으나 당 대표 도전에서는 ‘들러리’수준을 넘지 못하고 중진들에게 맥없이 무너졌다.
정치 신인이 좀체 바람을 일으키기 어려운 보수 정당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바람’을 꼽고 있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실망과 함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다. 이런 갈망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 참패를 불러왔다면 이젠 보수 정당의 이준석이라는 30대 인물에 그 기대가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30 세대의 중도화·스윙보터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신진 보수 인물과 세력에 대한 보수층의 희구도 반영된 결과다.
국민의힘은 당황속에서도 내심 반기고 있다. 전당대회라는 정치 이벤트를 통해 당 지지율을 높이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 경선전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 대표 경선전은 전국을 돌며 체육관에 당원들을 모아 연설하고 유세를 벌였지만 이 정도까지 국민적 관심을 끈적은 없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전 열기는 더불어민주당과 대조된다. 민주당의 지난해 ‘8·29 전당대회’는 ‘이낙연 대세론’에 묻혀 흥행이 저조했다. 지난 ‘5·2 전당대회’도 ‘4·7 재·보궐 선거’ 참패 직후인 데다 주목을 받을만한 신예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여론의 주목을 끄는 데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도 이준석 돌풍에 긴장하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 “국민의힘이 언제 저렇게 괄목상대해졌을까”라며 “무섭다. 정말 놀랍고 두렵다”고 표현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이 그동안 보수적이고 고루하고, 포마드 바른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러나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더 젊은 정당, 변화한 정당 이미지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우리 당이었으면 어땠을까. 불과 한 달 전 우리 당 전당대회를 보면 굉장히 비교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역동적이고 톡톡 튀고 생기발랄한 것이 얼마 전까지 우리 당의 트레이드마크였는데 언제 저기(국민의힘)로 갔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굉장히 부럽고, 한편으로는 속도 좀 쓰리다”고 했다. 이준석 돌풍이 지속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도 뭔가 바꿔야 할 때라는 여론이 만만찮다”며 “‘밴드왜건(이길 가능성이 큰 후보에게 지지율이 쏠리는 현상)’에 올라탔기 때문에 돌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최고위원이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 지지세까지 흡수한다면 돌풍이 더 강력한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실제 예비경선 이후 여론지지율은 ‘밴드왜건’을 탄 양상이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후보 지지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은 40.7%로 2위인 나후보(19.5%)와 21.2% 포인트 차이났다. 예비경선 결과 보다 더 벌어졌다.
중진 후보들의 단일화가 이준석 돌풍을 꺾을 변수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신예 한명을 떨어뜨리기 위한 무리수로 비쳐질 땐 역풍이 불 가능성이 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예비경선에서 2위를 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 3위 주호영 전 원내대표 모두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30대의 이 후보가 당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미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예비경선은 일반국민과 당원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각각 50%인 반면 본경선은 당원 투표 비율이 70%로 올라간다”며 “예비경선이 바람의 영향이 강했다면 본경선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누가 당을 제대로 이끌지 보다 신중한 판단이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예비경선 득표율에 본경선 룰을 적용하면 이 최고위원과 나 전 원내대표 간 득표율 격차는 상당히 좁아진다. 이 후보의 득표율은 40.9%에서 37.1%로 내려가고, 나 후보는 29.1%에서 30.2%로 올라간다. 두 사람의 격차는 11.9%포인트에서 6.9%포인트로 줄어들어 당심의 향방에 따라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바람이 거센 태풍으로 커질지, 미풍으로 약화될지 6월 11일 야당 전당대회에 모처럼 관심이 쏠린다.
홍영식 논설위원
민정당 시절 당직자로 들어와 3선을 한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정치권에서 30년 넘게 있었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이라며 “40대도 아닌 30대가, 그것도 의원 경력 하나도 없는 이른바 ‘0선(選)’이 이런 정도의 돌풍을 일으킬 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한국 정당사에서 세대 교체 바람은 종종 불었으나 ‘0’선의 30대 정치 신인이, 그것도 보수 정당에서 경선 판도를 흔드는 저력을 보여준 사례는 찾기 힘들다. 2000년대 국민의힘 전신 정당인 한나라당 시절 ‘남(남경필)원(원희룡)정(정병국)’이 당 쇄신 바람을 일으키며 소장 개혁파의 대명사로 통한적이 있으나 당 대표 도전에서는 ‘들러리’수준을 넘지 못하고 중진들에게 맥없이 무너졌다.
정치 신인이 좀체 바람을 일으키기 어려운 보수 정당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바람’을 꼽고 있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실망과 함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다. 이런 갈망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 참패를 불러왔다면 이젠 보수 정당의 이준석이라는 30대 인물에 그 기대가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30 세대의 중도화·스윙보터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신진 보수 인물과 세력에 대한 보수층의 희구도 반영된 결과다.
국민의힘은 당황속에서도 내심 반기고 있다. 전당대회라는 정치 이벤트를 통해 당 지지율을 높이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 경선전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 대표 경선전은 전국을 돌며 체육관에 당원들을 모아 연설하고 유세를 벌였지만 이 정도까지 국민적 관심을 끈적은 없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전 열기는 더불어민주당과 대조된다. 민주당의 지난해 ‘8·29 전당대회’는 ‘이낙연 대세론’에 묻혀 흥행이 저조했다. 지난 ‘5·2 전당대회’도 ‘4·7 재·보궐 선거’ 참패 직후인 데다 주목을 받을만한 신예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여론의 주목을 끄는 데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도 이준석 돌풍에 긴장하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 “국민의힘이 언제 저렇게 괄목상대해졌을까”라며 “무섭다. 정말 놀랍고 두렵다”고 표현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이 그동안 보수적이고 고루하고, 포마드 바른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러나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더 젊은 정당, 변화한 정당 이미지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우리 당이었으면 어땠을까. 불과 한 달 전 우리 당 전당대회를 보면 굉장히 비교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역동적이고 톡톡 튀고 생기발랄한 것이 얼마 전까지 우리 당의 트레이드마크였는데 언제 저기(국민의힘)로 갔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굉장히 부럽고, 한편으로는 속도 좀 쓰리다”고 했다. 이준석 돌풍이 지속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도 뭔가 바꿔야 할 때라는 여론이 만만찮다”며 “‘밴드왜건(이길 가능성이 큰 후보에게 지지율이 쏠리는 현상)’에 올라탔기 때문에 돌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최고위원이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 지지세까지 흡수한다면 돌풍이 더 강력한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실제 예비경선 이후 여론지지율은 ‘밴드왜건’을 탄 양상이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후보 지지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은 40.7%로 2위인 나후보(19.5%)와 21.2% 포인트 차이났다. 예비경선 결과 보다 더 벌어졌다.
중진 후보들의 단일화가 이준석 돌풍을 꺾을 변수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신예 한명을 떨어뜨리기 위한 무리수로 비쳐질 땐 역풍이 불 가능성이 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예비경선에서 2위를 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 3위 주호영 전 원내대표 모두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30대의 이 후보가 당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미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예비경선은 일반국민과 당원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각각 50%인 반면 본경선은 당원 투표 비율이 70%로 올라간다”며 “예비경선이 바람의 영향이 강했다면 본경선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누가 당을 제대로 이끌지 보다 신중한 판단이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예비경선 득표율에 본경선 룰을 적용하면 이 최고위원과 나 전 원내대표 간 득표율 격차는 상당히 좁아진다. 이 후보의 득표율은 40.9%에서 37.1%로 내려가고, 나 후보는 29.1%에서 30.2%로 올라간다. 두 사람의 격차는 11.9%포인트에서 6.9%포인트로 줄어들어 당심의 향방에 따라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바람이 거센 태풍으로 커질지, 미풍으로 약화될지 6월 11일 야당 전당대회에 모처럼 관심이 쏠린다.
홍영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