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신용대출 89조원 '증가'
"금리상승 본격화 되면 청년층 부실 확산"
신용대출을 통해 가상자산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청년층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시장이 연일 폭락한데다 연내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31일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5분 기준 비트코인은 3만1985달러로 전날보다 4.23% 상승했다. 오전 6시엔 3만6207달러를 기록했다. 대규모 투자자의 비트코인 매집 소식에 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지난달 사상 최고가인 6만4000달러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급락한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청년층의 가계대출은 40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7%)을 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청년층의 신용대출은 89조원으로 15.6%나 늘었다. 지난해 1~9월 신용대출 분기 평균 증가액은 11조4000억원이었는데, 이중 청년층 비중은 3조8000억원(33.6%)이나 됐다.
청년층의 신용대출은 가상자산의 가격에 따라 움직였다. 지난해 10월 말 비트코인은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1만3000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해 11월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약 3년 만에 2000만원을 넘었으며, 연말엔 처음으로 개당 3000만원까지 돌파했다. 이처럼 급등세를 이어가는 동안 청년층의 대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년층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웃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연령별 투자층은 20대가 32.9%, 30대는 29.1%에 달한다. 문제는 급증한 부채가 금리인상과 함께 청년층에게 이자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인상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목을 조여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간 이 총재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선 말을 극도로 아껴온 만큼, 금리 인상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연내 기준금리가 현실화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은 한국은행이 올해 4분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올해 3분기 금통위에 매파적 소수 의견이 등장하고, 4분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두 번째 금리 인상은 기존에 예상한 내년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 시기는 10월보다 11월이 유력하다고 점쳤다.
백종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와 더불어 금리 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청년층의 대출상환 능력 악화로 부실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