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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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주4일제 바람이 분다. 업체들이 앞다퉈 주4일 근무를 도입하면서다. 임직원에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업무 만족도를 끌어올린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직군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도리어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T·게임·통신 등 주4일제 속속 도입

판교테크노밸리 / 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판교테크노밸리 / 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31일 ICT 업계에 따르면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최근 주4일제를 도입했다. 밀리의 서재는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격무에 시달린 직원들을 위해 5~6월 두 달간 매주 수요일을 휴무로 지정했다. 7월부터는 다시 판단할 요량이지만 한 번 도입한 주4일 근무를 다시 주5일로 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생 게임 개발사 '엔돌핀커넥트'도 매주 화~금요일만 근무하고 있다. 향후 2년 내 임직원들이 쉬고 싶은 요일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부분적으로 주4일제를 시행하는 곳도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당초 매월 한 주만 4일제 근무하던 것을 지난달부터 격주로 확대했다. 매주 월요일은 오전 10시30분으로 출근시간을 늦추고 금요일엔 오후 5시30분 조기 퇴근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매월 세 번째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매주 셋째주 금요일 오후 3시 퇴근하던 기존의 '슈퍼 프라이데이' 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전자상거래 기업 '카페24'는 매월 두 번의 주4일 근무가 이뤄지는 '오프데이'(Off Day) 제도를 이달부터 가동 중이다. 매월 네 번째 금요일 전 직원 휴무일이던 레저 휴가를 두 번째·네 번째 금요일 휴무로 확대한 것. 카페24는 오프데이 외 나머지 금요일에는 재택 근무를 독려해 사무실에서의 근무를 주4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숙박 플랫폼 업체 '여기어때'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도록 하는 주 4.5일제가 정착됐다.

주4일제로 '워라밸' 긍정적 효과 기대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워라밸 페어 2020.6.30/뉴스1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워라밸 페어 2020.6.30/뉴스1
이들 기업은 주4일제 도입으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IT 업계가 주 4일제에 적극적인 이유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산업 전반에 IT 수요가 폭증하면서 개발자 인력 유출이 심각해지자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 못지않게 '워라밸'이 중요한 회사 선택 기준이 됐다는 점도 주4일제 도입에 불을 붙였다.

창의성이 중요한 IT 기업 특성상 충분히 쉬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인식도 있다. IT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근무제 운영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조용래 엔돌핀커넥트 대표는 "규모가 큰 IT 기업들과 달리 스타트업은 연봉 인상을 하기가 어려워 주4일제를 들고 나온 측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임직원 반응은 엇갈린다. 판교의 한 IT 기업 개발자는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에 주4일제나 52시간 근무는 어차피 큰 의미가 없다. 회사에 출근 코드만 찍지 않았을 뿐 주말에도 회사에서 계속 업무 지시가 내려온다"며 "주4일제가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윗분들 생각이 변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개발자는 "임직원 각각의 상황이 모두 다르니 인센티브와 주4일제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IT 업체 인사팀 담당자는 "직원들은 주4일제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라면서 "회사 주변 소상공인들 반대도 만만찮고, 어떤 임직원들은 소속감이 없어지는 걸 우려하기도 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주4일제 해외서도 도입 논의중

[자료=사람인]
[자료=사람인]
주4일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일본에서는 올 초 집권 자민당의 '1억 총활약 추진본부'가 주4일제 관련 보고서를 내놨다. 스페인은 중앙정부가 주4일제 희망 기업을 향후 3년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기업 27%(미국 인사관리협회 통계 기준)가 주4일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4일제를 하면 20% 정도의 사옥 공간 여유가 생긴다. 회의실 같은 공용 공간을 주5일 출근 때처럼 가져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1년 넘게 코로나19가 계속돼 기업들이 재택근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면도 있다. 주4일제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만 잘 보완한다면 이같은 추세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