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새해의 우리,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중에서,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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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새해의 우리,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중에서
이채
꽃처럼 웃고
새처럼 노래하고
구름처럼 자유롭고
하늘처럼 평화로웠으면
[태헌의 한역]
如花含笑(여화함소)
如鳥唱歌(여조창가)
如雲自由(여운자유)
如天平和(여천평화)
[주석]
如花(여화) : 꽃과 같다, 꽃처럼. / 含笑(함소) : 미소를 머금다, 웃다.
如鳥(여조) : 새와 같다, 새처럼. / 唱歌(창가) : 노래를 부르다, 노래하다.
如雲(여운) : 구름과 같다, 구름처럼. / 自由(자유) : 자유.
如天(여천) : 하늘과 같다, 하늘처럼. / 平和(평화) : 평화.
[한역의 직역]
꽃처럼 미소 머금고
새처럼 노래 부르고
구름처럼 자유롭고
하늘처럼 평화롭길
[한역 노트]
역자가 오늘 소개하는 이 시(구)는 이채 시인의 시 “새해의 우리, 이랬으면 좋겠습니다”의 한 단락이다. 그러고 보니 시의 일부만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은 이 시가 처음이 된다. 역자가 전체 시 가운데 이 단락만을 한역(漢譯)하여 소개하게 된 데는 좀은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시를 꼭 종이로 된 읽을거리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책상 위의 모니터에서도 만나고, 손에 들린 핸드폰에서도 만나고, 지하철 승강장에서도 만난다. 역자는 아주 특별하게 노래의 간주 속에서 이 시를 만났더랬다. 노래의 가사를 시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말하자면 역자는 시 속에서 시를 만난 셈이다.
대중가요 “인생의 선물”은 가수 양희은씨가 쓴 노랫말에 사다 마사시[佐田雅志]씨가 곡을 붙이고 양희은씨가 노래로 부른 것이다. 역자가 여태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인데, 어느 날 불현듯 생각이 나 찾아듣다가 유정씨라는 가수 분이 커버(Cover:원창자가 아닌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것)한 “인생의 선물”을 덤으로 들어보게 되었다.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가수에 따라 감동의 깊이와 크기, 질(質)과 방향 등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얘기지만, 유정씨의 노래처럼 역자에게 거의 새로운 노래인 듯 여겨진 경우는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더욱이 정지된 사진으로만 꾸며진 영상이 역자의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 데다, 2절로 이루어진 노래의 간주 중에 소개된 글귀 또한 멋져,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보게 되었다. 간주 중에 만난, 네 구절로 이루어진 그 글귀를 나중에 검색 엔진을 통해 찾아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노래 영상은 유정씨가 직접 올린 것이어서 댓글을 통해 문의해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정씨 역시 어느 회원으로부터 받은 연하장에서 보았다는 사실은 기억하면서도 그 글귀의 출처는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어쨌거나 마음에 와 닿은 글귀였던지라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시 구절로 만들어놓고는, 시를 정말 좋아하여 무척이나 많은 시를 핸드폰에 저장하고 있는 SNS 동호회 지인에게 SOS를 쳤더니,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 네 구절이 들어간 시의 제목과 시인 이름은 물론 시 전문까지 역자에게 보내주었다. 아, 그 순간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역자가 이렇게 어렵사리 만난 이채 시인의 위의 시를 보고, 세상을 부귀라는 잣대로만 재단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슨 동화책을 쓰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들은 거개가 돈이 있어야 미소가 피고 콧노래가 나오고 자유롭고 평화롭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돈을 넉넉히 가지고도 거의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것을 보면 또 꼭 맞는 말도 아닌 듯하다.
시인이 예찬한 미소와 노래와 자유와 평화를 이끄는 소품이, 감상하거나 즐기는 데에 비용도 품도 들지 않는 자연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보자면 무슨 동화책을 쓰냐고 하는 비아냥거림이 마냥 허튼 소리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보라! 즐거운 마음으로 웃고 노래하면, 그가 사는 세상이 어찌 평화롭지 않겠는가? 또 평화가 있는 그곳이 어찌 자유롭지 않겠는가?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마음이라는 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게 가지고도 항상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이 가지고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시인이 우리에게 권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이 시대 누군들 시인이 얘기한 것처럼 살고 싶지 않으랴만, 코로나와 경기 침체라는 엄중한 현실은 우리를 이것들과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다. 꽃놀이를 즐기며 자연과 가까이 하는 것조차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허허로운 세상이라 하여도,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고, 구름이 흘러가고, 하늘이 고요히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을 둘 곳이리라. 이 자그마한 한역시가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가수·시인·시애호가 세 분 선생님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4행으로 이루어진 원시(구)를 역자는 사언(四言) 4구로 구성된 고시로 한역하였다. 이 한역시의 압운자는 ‘歌(가)’와 ‘和(화)’이다.
2021. 6. 1.
<한경닷컴 The Lifeist> 강성위(hanshi@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이채
꽃처럼 웃고
새처럼 노래하고
구름처럼 자유롭고
하늘처럼 평화로웠으면
[태헌의 한역]
如花含笑(여화함소)
如鳥唱歌(여조창가)
如雲自由(여운자유)
如天平和(여천평화)
[주석]
如花(여화) : 꽃과 같다, 꽃처럼. / 含笑(함소) : 미소를 머금다, 웃다.
如鳥(여조) : 새와 같다, 새처럼. / 唱歌(창가) : 노래를 부르다, 노래하다.
如雲(여운) : 구름과 같다, 구름처럼. / 自由(자유) : 자유.
如天(여천) : 하늘과 같다, 하늘처럼. / 平和(평화) : 평화.
[한역의 직역]
꽃처럼 미소 머금고
새처럼 노래 부르고
구름처럼 자유롭고
하늘처럼 평화롭길
[한역 노트]
역자가 오늘 소개하는 이 시(구)는 이채 시인의 시 “새해의 우리, 이랬으면 좋겠습니다”의 한 단락이다. 그러고 보니 시의 일부만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은 이 시가 처음이 된다. 역자가 전체 시 가운데 이 단락만을 한역(漢譯)하여 소개하게 된 데는 좀은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시를 꼭 종이로 된 읽을거리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책상 위의 모니터에서도 만나고, 손에 들린 핸드폰에서도 만나고, 지하철 승강장에서도 만난다. 역자는 아주 특별하게 노래의 간주 속에서 이 시를 만났더랬다. 노래의 가사를 시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말하자면 역자는 시 속에서 시를 만난 셈이다.
대중가요 “인생의 선물”은 가수 양희은씨가 쓴 노랫말에 사다 마사시[佐田雅志]씨가 곡을 붙이고 양희은씨가 노래로 부른 것이다. 역자가 여태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인데, 어느 날 불현듯 생각이 나 찾아듣다가 유정씨라는 가수 분이 커버(Cover:원창자가 아닌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것)한 “인생의 선물”을 덤으로 들어보게 되었다.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가수에 따라 감동의 깊이와 크기, 질(質)과 방향 등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얘기지만, 유정씨의 노래처럼 역자에게 거의 새로운 노래인 듯 여겨진 경우는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더욱이 정지된 사진으로만 꾸며진 영상이 역자의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 데다, 2절로 이루어진 노래의 간주 중에 소개된 글귀 또한 멋져,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보게 되었다. 간주 중에 만난, 네 구절로 이루어진 그 글귀를 나중에 검색 엔진을 통해 찾아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노래 영상은 유정씨가 직접 올린 것이어서 댓글을 통해 문의해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정씨 역시 어느 회원으로부터 받은 연하장에서 보았다는 사실은 기억하면서도 그 글귀의 출처는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어쨌거나 마음에 와 닿은 글귀였던지라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시 구절로 만들어놓고는, 시를 정말 좋아하여 무척이나 많은 시를 핸드폰에 저장하고 있는 SNS 동호회 지인에게 SOS를 쳤더니,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 네 구절이 들어간 시의 제목과 시인 이름은 물론 시 전문까지 역자에게 보내주었다. 아, 그 순간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역자가 이렇게 어렵사리 만난 이채 시인의 위의 시를 보고, 세상을 부귀라는 잣대로만 재단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슨 동화책을 쓰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들은 거개가 돈이 있어야 미소가 피고 콧노래가 나오고 자유롭고 평화롭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돈을 넉넉히 가지고도 거의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것을 보면 또 꼭 맞는 말도 아닌 듯하다.
시인이 예찬한 미소와 노래와 자유와 평화를 이끄는 소품이, 감상하거나 즐기는 데에 비용도 품도 들지 않는 자연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보자면 무슨 동화책을 쓰냐고 하는 비아냥거림이 마냥 허튼 소리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보라! 즐거운 마음으로 웃고 노래하면, 그가 사는 세상이 어찌 평화롭지 않겠는가? 또 평화가 있는 그곳이 어찌 자유롭지 않겠는가?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마음이라는 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게 가지고도 항상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이 가지고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시인이 우리에게 권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이 시대 누군들 시인이 얘기한 것처럼 살고 싶지 않으랴만, 코로나와 경기 침체라는 엄중한 현실은 우리를 이것들과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다. 꽃놀이를 즐기며 자연과 가까이 하는 것조차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허허로운 세상이라 하여도,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고, 구름이 흘러가고, 하늘이 고요히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을 둘 곳이리라. 이 자그마한 한역시가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가수·시인·시애호가 세 분 선생님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4행으로 이루어진 원시(구)를 역자는 사언(四言) 4구로 구성된 고시로 한역하였다. 이 한역시의 압운자는 ‘歌(가)’와 ‘和(화)’이다.
2021. 6. 1.
<한경닷컴 The Lifeist> 강성위(hans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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