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불 꺼진 유리방만 가득…수원역 집창촌, 60년 만에 뒤안길로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다음달 1일부로 전업소 자진 폐업…소방도로공사 계기로 움직임 일어
    주민 "폐쇄 환영 vs 상권 침체"…시 "상업지구·문화시설 개발 추진"

    "수년간 몸 담았던 이곳도 내일이면 '안녕'이네요.

    내일부터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죠."
    불 꺼진 유리방만 가득…수원역 집창촌, 60년 만에 뒤안길로
    31일 오전 경기 수원시 매산로1가 수원역 맞은편 집창촌에서 만난 한 성매매 종사 여성은 이렇게 말하며 텅 빈 거리로 눈을 돌렸다.

    2m가 채 안 되는 1차로 도로 양쪽으로 유리방 수십 곳이 다닥다닥 늘어서 있었지만 대부분 불이 꺼진 채 커튼에 가려져 있었다.

    몇몇 업소 유리문에는 붉은 스프레이로 X자가 가득 그려져 있거나 '업종 변경'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해 삭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업소들 바로 옆에서는 3∼4m 높이의 공사용 천막이 쳐진 채 소방도로 개설공사를 위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황량함을 더했다.

    이날이 지나면 수원역 집창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60년대 수원역과 버스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던 고등동과 매산로1가에 매춘을 위한 판잣집이 하나씩 터를 잡으면서 집창촌으로 발전한 지 60여년 만이다.

    지난달 수원역 집창촌 업주 모임인 '은하수 마을' 회원들은 전체 회의를 열고 이날까지 해당 부지 내 모든 업소를 자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시가 2019년 1월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을 신설, 올해 1월부터 집창촌 내 소방도로 개설공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폐쇄 논의에 불이 붙었다.

    주변 신설 아파트 주민들의 거듭된 민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이 일대 2만1천567㎡ 부지에는 110여 개 업소, 250여 명의 성매매 종사 여성이 있었지만, 줄줄이 폐업 절차를 거치며 이달 26일까지 남아있는 업소는 53곳, 종사자는 100여 명에 불과했다.

    불 꺼진 유리방만 가득…수원역 집창촌, 60년 만에 뒤안길로
    수원시의 오랜 흉물이었던 집창촌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수원시민 조모(20)씨는 "평소 집창촌을 지나서 걸어갈 일이 있으면 치안이 걱정되고 민망하기도 해 빙 돌아서 가고는 했는데 폐쇄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고 말했다.

    근처에 사는 나모(20)씨도 "집창촌 거리가 외관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왔는데 사라진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 집창촌 주변에서 종사자들과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를 이어오던 상인들은 우려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집창촌 바로 건너편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은 "집창촌 종사자들과 손님들 덕분에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내일부로 폐쇄된다고 하니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인근의 한 옷가게 사장도 "집창촌이 사라진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폐쇄로 인해 인근 상권이 침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올해 말까지 소방도로 개설공사를 마무리하고 매입을 마친 일대 부지를 상업지구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또 기존 성매매 업소를 리모델링해 집창촌과 관련한 기록물을 전시하거나 공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주민 커뮤니티사업과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할 거점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자진 폐쇄에 동참한 업주와 성매매 종사자들에게는 주거비와 생계비, 업종 전환을 위한 학습비 등이 지원된다.

    불 꺼진 유리방만 가득…수원역 집창촌, 60년 만에 뒤안길로
    한편 경찰은 집창촌 폐쇄에 따라 관련 범죄가 오피스텔 등 신·변종 성매매 업소로 유입되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수원시가로정비추진단 관계자는 "집창촌 재개발 방식에 대해 관련 부서들이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창촌 때문에 생긴 어둡고 폐쇄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통행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ADVERTISEMENT

    1. 1

      "대만인 없으면 망한다"…광장시장서 필수로 사가는 '이것' [현장+]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 내 이불거리. 혼수 이불 전문이라 적힌 간판 아래 '中文 OK!(중국어 OK!)', '中文 服務(중국어 서비스)' 등의 한자가 흰 종이 위에 검은 매직으로 쓰여있었다. 대만 달러를 받는다는 내용이 붙어있기도 했다. 가게 밖에는 혼수이불 대신 토끼 모양 캐릭터나 잔꽃 무늬가 들어간 모달 이불이 쌓여있었다.이불거리 곳곳에서 중국어가 들렸다. 이들 모두 대만에서 왔다고 했다. 상점 밖에 놓인 이불을 만져보던 30대 여성 2명도 중국어로 구매할지 말지를 이야기했다. 이불 공장 없는 대만…"중국산보다 좋아 광장시장 와"광장시장 이불거리를 대만 관광객이 채우고 있다. 혼수이불 명소로 꼽혔던 이불거리는 신혼부부가 아닌 대만 관광객 입맛에 맞춘 이불들로 채워진 지 오래다. 50대 이불 상점 사장 A씨는 "대만 관광객 없으면 여기(이불거리)는 진작에 망했다"며 "매출이 거의 대만 관광객한테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대만 사람들은 이불 사러 오려고 한국을 온다"며 "코로나19 끝난 지 3년이 남짓 됐는데 이분들 덕에 그나마 살았다"고 덧붙였다.상인들은 대만에 이불공장이 없어 대만인들이 이불을 구하기 위해 한국 원정을 온다고 입을 모았다. 대만 현지에서는 중국산 이불이 납품되지만, 조악한 품질과 함께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으로 대만인들은 중국산 이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40년간 이불 상점을 운영한 B씨는 "6~7년 전부터 대만이라던가 홍콩이라던가 싱가포르에서 구매하러 온다. 이 중에서도 대만 사람들이 한 90%"라며 "대만에는 중국제품이 많

    2. 2

      "생활비 벌려다 1000만원 날려"…50대 주부 울린 '충격 사기' [이슈+]

      "해당 부업 알바 사기로 1억2300만원을 잃었어요.""피해 금액만 8000만원이 넘네요.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1120만원을 사기당했어요. 잠도 안 오고 막막하네요." [사기 피해 정보공유 커뮤니티]서울에 사는 50대 주부 A씨(가명)는 지난달 유튜브를 보다가 '재택 손 부업' 광고를 보고 연락을 남겼다. 피규어 포장이나 스티커 부착 같은 단순 작업으로 주당 7~8만원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고물가 속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처음에는 의심할 만한 점이 없었다. 손 부업 재료 재고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며, 그동안 유튜브 영상을 몇 초 시청한 뒤 캡처를 보내면 돈을 지급하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A씨가 안내대로 영상을 보고 캡처를 보내자 실제로 3만원이 적립됐다.하지만 이후에도 "재고 부족"을 이유로 포장 작업은 계속 미뤄졌다. 대신 새로운 방식의 '팀 미션'이 시작됐다. 쇼핑몰에서 물건을 대신 구매하면 수익금을 얹어 돌려준다는 설명이었다.금액은 점점 커졌고, 단체 채팅방에서는 다른 참여자들이 돈을 넣고 수익을 받았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팀원들의 압박 속에 추가 입금이 이어졌다.결과는 사기였다. 어느 날 텔레그램 방은 사라졌고, 매니저와의 연락도 끊겼다. A씨가 잃은 돈은 1000만원이 넘는다. A씨는 "집에서 소소하게 가족 생활비나 벌어볼까 싶었는데 너무 큰 돈을 날려 절망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8000만원 털렸다"…피해 호소 잇따라이 같은 수법의 재택 부업 사기가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0일 각종 온라인 커뮤

    3. 3

      "5년 지나도 바뀐 게 없다"…'오창 여중생 사건' 유족의 절규 [인터뷰]

      "벌써 5년이 다 돼 가는데 어떠한 법도 바뀐 게 하나도 없잖아요."지난 6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성범죄 피해자 유가족 협의체' 소속 박영수 씨(오창 여중생 투신사건 유가족)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021년 5월 박 씨의 딸과 친구는 친구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했고, 두 아이 모두 투신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눈시울을 붉혔다. 박 씨는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다.이날 자리에는 협의체 대표인 서민선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책연구위원도 함께했다. 협의체는 성범죄 피해 당사자나 피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유가족들로 구성된 단체다. 지난 한 해 동안 성범죄 수사 과정의 구조적 문제와 피해자 보호 체계 미비 등의 개선을 요구해 왔다. 최근에는 수사가 미진했던 성범죄 사건들의 재수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을 준비 중이다. 두 사람은 5년이 지났지만 성범죄 수사 시스템과 피해자 보호 체계가 제자리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부실 수사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여전히 회피하고 있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피해자는 더 큰 사각지대에 놓였으며 처벌 기준마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내놨다.  ◇ "피해 아동이 직접 범죄 현장 사진 찍어 제출"박 씨는 사건 발생 5년이 지났지만 수사 미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기각으로 마무리되면서 사법부의 실질적 판단조차 받지 못한 채 종결됐다.그는 "경찰은 자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수사가 미흡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