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113억 들였는데…7개월째 텅 빈 서울대 우석경제관
동문들의 기부금 113억원을 들여 지은 서울대 우석경제관(사진)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모금 당시만 해도 교수연구실과 강의실 등 경제학부 전체가 우석경제관으로 입주할 계획이었지만, 완공 뒤 기존의 사회과학대학 건물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경제학부 입주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100억원을 전달한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을 비롯해 기부금을 낸 동문들은 “기부자들에게 설명한 모금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우석경제관은 작년 10월 완공됐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텅 비어 있다. 우석경제관은 경제학부 동문인 성 회장이 2016년 사재 100억원을 기부하면서 건립이 시작됐다. 동문 모금액 13억원과 정부 보조금 13억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우석(愚石)은 성 회장의 부친인 성재경 선생(1981년 작고)의 호다.

이 건물에는 공간 부족에 시달리던 경제학부의 교수연구실과 세미나실, 학부생실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옆에 한국경제혁신센터까지 건립해 한국 경제학 연구의 중심지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3년간 동문 700여 명이 참여해 총 280억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계획이 틀어진 것은 한국경제혁신센터 위치가 우석경제관 옆에서 사회대 쪽으로 바뀌면서다. 부지 지하에 서울대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고압송전선이 있어 당초 예상보다 100억원이 넘는 추가 공사비가 든다는 이유였다.

우석경제관에 입주할 예정이었던 경제학부 교수연구실과 학생 공간 등도 모두 한국경제혁신센터에 들어서는 것으로 변경됐다. 기존 경제학부가 있는 사회대 건물에서 도보로 10분 이상 걸리는 우석경제관보다는 사회대와 가까운 한국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우석경제관은 아직까지 활용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장은 “사용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기부금을 낸 동문들은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경제학부 동문인 박진호 씨는 “한국경제혁신센터가 사회대 근처에 들어서면 거리가 먼 우석경제관이 공동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바뀐 계획을 놓고 기부자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이 학부장이 100만원 이상 기부자 200여 명에게 일일이 전화해 양해를 구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