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1년 끌다 파업권 잃은 르노삼성 노조…불법 파업 가나 [김일규의 네 바퀴]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2020년도 임금·단체협상을 1년 넘게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노동조합이 쟁의권을 잃게 됐다. 노사 단체교섭 기간이 1년을 넘긴 가운데 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작된 데 따른 것이다. 노조가 그럼에도 파업을 지속할 경우 '불법 파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르노삼성 대표노조 쟁의권 소멸

1일 업계 및 관계법령 등에 따르면 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부터 1년이 지난 뒤 '어느 노조'라도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이때 기존 대표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 중인 경우 '어느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기 전까지만 쟁의행위를 계속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 대표노조는 작년 5월 말 교섭대표로 정해졌다. 1일 기준 교섭대표가 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르노삼성차의 4개 복수 노조 중 온건 성향의 3노조(새미래)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강성 대표노조가 전면 파업을 강행하면서 혼란과 갈등만 부추겼다면서다.

르노삼성차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돌입하면서 대표노조는 쟁의권을 잃게 됐다. 그러나 대표노조는 이번주에도 전면 파업 지침을 내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시 이후의 파업은 불법 파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섭 1년 끌다 파업권 잃은 르노삼성 노조…불법 파업 가나 [김일규의 네 바퀴]
르노삼성차가 부분 직장폐쇄를 철회한 상황에서 노조가 쟁의지침을 유지하는 것도 논란이다.

회사는 노조의 전면 파업에 맞서 단행한 부산공장의 부분 직장폐쇄를 1일부터 철회하고 주야 2교대로 전환했다. 유럽 수출 물량 공급이 한 대라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파업 중인 노조원도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르노삼성차는 이번 파업으로 약 2534억의 생산 손실을 봤다.

○유럽 수출 XM3 생산에 힘 모아야

르노삼성차는 이달부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수출명 아르카나)를 유럽 시장에서 본격 판매한다.

앞서 XM3는 지난 3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 국가에서 사전 출시됐다. 3개월간 유럽 사전 판매 목표였던 7250대를 넘어섰고, 지난달까지 8000대 이상 팔렸다.

르노삼성차가 연구·개발해 선보인 XM3는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판매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남미 지역으로 첫 수출이 이뤄진 데 이어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 대수는 약 1만3000대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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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노조가 업무에 복귀해 수출 신차 생산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우선 진행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최근 "XM3가 유럽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부산공장의 생산 물량 회복과 임직원의 고용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막무가내다.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르노삼성차가 그럴 처지인지 의문이다. 르노삼성차의 지난해 판매 대수와 생산 물량은 모두 16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손실은 797억원으로,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사측은 그럼에도 노조가 불법 행위만 중단하면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현명한 판단과 동참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