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단지에도 아파트가 필요한 이유[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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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여수 경도 개발사업, 생활형 숙박시설 문제로 사업 중단
아파트(주거시설) 어우러진 관광단지 개발 고려해야
여수 경도 개발사업, 생활형 숙박시설 문제로 사업 중단
아파트(주거시설) 어우러진 관광단지 개발 고려해야
최근 미래에셋이 전남 여수 경도에 1조5000억원을 들여 추진중이었던 해양관광단지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 최고급 호텔 및 리조트, 골프장, 해상케이블카 등 한국의 센토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사업입니다. 완공 후에 3년간 2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 사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추진하고 있던 사업을 접은 겁니다. 생활형 숙박시설 분양을 먼저 추진한다고 하니 시의회 및 시민단체들이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미래에셋이 사업 중단을 선언하자 경도 주민들이 사업 재개와 숙원 사업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경도 주민과 경도발전협의회는 지난달 여수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다시 돌아와 관광단지 개발에 전념해 주시기 바란다"며 "파헤쳐지고 황폐해진 경도를 당사자인 경도 주민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맡겨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개발을 막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은 개발을 원하는 형국입니다.
국내 경제자유구역내 관광개발지역이나 관광특구 대부분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5월3일 국토부에서 신규 생활형 숙박시설을 건축할 때 적용되는 건축기준을 강화하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원래 용도인 숙박업을 하도록 하기 위해 로비나 프런트데스크 등을 갖추라는 겁니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하고 합니다.
그동안 새로운 레지던스라고 분양하면서 다주택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전매제한도 없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비율( LTV) 적용도 안되어 대출도 마음대로 되는 일종의 투자형 레지던스가 됐습니다.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 전국에 또다른 주거형으로 분양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국토부에서 아파트 등 기존 주택과의 보유세, 양도세, 대출금지, 전매금지 등의 형평성을 고려해 원래 용도인 숙박업을 위한 시설로만 분양토록 한 겁니다.
이러한 조치는 뜻하지 않게 관광단지로 불씨가 옮겨 붙었습니다. 분양을 통해 초기자금을 확보하려는 관광사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겁니다.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곳들이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분명 생활형 숙박시설은 개별등기가 가능한 장기투숙형 호텔이고, 주로 도심에서 장기 출장온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입니다. 이를 일반 주거용 시설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시키면서 관광단지내의 분양형 상품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관광복합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에서의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요? 멕시코 칸쿤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합니다. 미국인들이 은퇴인생을 즐기기 위해 아파트나 빌라를 구매하는 지역으로도 유명합니다. 은퇴하기 전에는 렌트를 주다가 한겨울에는 본인이 직접 와서 거주를 합니다. 은퇴를 하면 아예 미국에서 연금을 받고 들어와 사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일부 계절만 렌트를 하는 것을 '타임쉐어'라고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미국인들이 구매해 나중에 은퇴한 이후 거주하는 인구가 적지 않습니다.
칸쿤 밑에 붙어있는 벨리즈라는 나라의 경우도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은퇴이민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자국민이 35만명 정도인데 미국 은퇴자가 100만명이 넘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미국인들이 미리 구입해 놓고 타임쉐어를 하다가 은퇴 후에 본인이 와서 직접 거주를 하는 겁니다. 타임쉐어만 계속하는 투자자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와서 관광지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거나 그 분들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같이 거주하는 관광지형 거주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관광지이지만 미국인들에게 분양을 하고, 그 수익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게 되는 겁니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관광지에는 주거용지가 거의 없고 분양 또한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여수 경도와 같은 관광지에는 은퇴자든 현지 주민이든 충분히 입주해 살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형태의 생활형 숙박시설은 본인이 거주를 못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속 추진하면 부동산 투기라고 할 것 같습니다. 해운대의 경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관광단지개발도 제대로 추진하고 사람들도 모여들게 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정부에서 추진하는 2·4 부동산대책을 보면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 도심재개발지역에 대해 현실에 맞게 용도를 변경해 용적율을 올려주는 내용이 있습니다. 공공재개발은 물론 민간재개발, 민간재건축까지도 활발히 진행되는 분위기 입니다.
이러한 대책을 관광단지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관광단지에는 아파트는 절대로 안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합니다. 현지 주민이 와서 살던 은퇴자가 와서 살던 제대로 된 주거단지를 관광단지내에 만들어주고 골프장과 여가시설을 함께 만들어 주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겁니다. 관광단지에 주거용도로 약 30% 정도를 넣어주고 휴양형 아파트를 제대로 짓도록 하는 겁니다. 대신 그 수익으로 호텔, 골프장, 문화시설 및 관광시설을 짓도록 한다면 국내 대부분의 관광단지가 바로 다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현지주민, 은퇴자는 물론 그 관광단지에서 일하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많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도 잘 부합합니다. 활성화되면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아 올 수 있습니다. 반대여론을 부를 수 있는 호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을 먼저 공급하라고 하고, 결국엔 중단되는 상태는 없어야 겠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진짜 분양형 상품이 들어가야 전체 관광단지가 제대로 개발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관광단지를 개발하는 지자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을 모색해봐야 합니다.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주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을 바꿔야 합니다. 특혜가 아니고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초석입니다. 이제 관광단지에도 아파트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미래에셋이 사업 중단을 선언하자 경도 주민들이 사업 재개와 숙원 사업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경도 주민과 경도발전협의회는 지난달 여수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다시 돌아와 관광단지 개발에 전념해 주시기 바란다"며 "파헤쳐지고 황폐해진 경도를 당사자인 경도 주민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맡겨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개발을 막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은 개발을 원하는 형국입니다.
국내 경제자유구역내 관광개발지역이나 관광특구 대부분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5월3일 국토부에서 신규 생활형 숙박시설을 건축할 때 적용되는 건축기준을 강화하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원래 용도인 숙박업을 하도록 하기 위해 로비나 프런트데스크 등을 갖추라는 겁니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하고 합니다.
그동안 새로운 레지던스라고 분양하면서 다주택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전매제한도 없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비율( LTV) 적용도 안되어 대출도 마음대로 되는 일종의 투자형 레지던스가 됐습니다.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 전국에 또다른 주거형으로 분양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국토부에서 아파트 등 기존 주택과의 보유세, 양도세, 대출금지, 전매금지 등의 형평성을 고려해 원래 용도인 숙박업을 위한 시설로만 분양토록 한 겁니다.
이러한 조치는 뜻하지 않게 관광단지로 불씨가 옮겨 붙었습니다. 분양을 통해 초기자금을 확보하려는 관광사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겁니다.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곳들이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분명 생활형 숙박시설은 개별등기가 가능한 장기투숙형 호텔이고, 주로 도심에서 장기 출장온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입니다. 이를 일반 주거용 시설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시키면서 관광단지내의 분양형 상품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관광복합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에서의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요? 멕시코 칸쿤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합니다. 미국인들이 은퇴인생을 즐기기 위해 아파트나 빌라를 구매하는 지역으로도 유명합니다. 은퇴하기 전에는 렌트를 주다가 한겨울에는 본인이 직접 와서 거주를 합니다. 은퇴를 하면 아예 미국에서 연금을 받고 들어와 사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일부 계절만 렌트를 하는 것을 '타임쉐어'라고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미국인들이 구매해 나중에 은퇴한 이후 거주하는 인구가 적지 않습니다.
칸쿤 밑에 붙어있는 벨리즈라는 나라의 경우도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은퇴이민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자국민이 35만명 정도인데 미국 은퇴자가 100만명이 넘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미국인들이 미리 구입해 놓고 타임쉐어를 하다가 은퇴 후에 본인이 와서 직접 거주를 하는 겁니다. 타임쉐어만 계속하는 투자자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와서 관광지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거나 그 분들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같이 거주하는 관광지형 거주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관광지이지만 미국인들에게 분양을 하고, 그 수익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게 되는 겁니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관광지에는 주거용지가 거의 없고 분양 또한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여수 경도와 같은 관광지에는 은퇴자든 현지 주민이든 충분히 입주해 살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형태의 생활형 숙박시설은 본인이 거주를 못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속 추진하면 부동산 투기라고 할 것 같습니다. 해운대의 경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관광단지개발도 제대로 추진하고 사람들도 모여들게 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정부에서 추진하는 2·4 부동산대책을 보면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 도심재개발지역에 대해 현실에 맞게 용도를 변경해 용적율을 올려주는 내용이 있습니다. 공공재개발은 물론 민간재개발, 민간재건축까지도 활발히 진행되는 분위기 입니다.
이러한 대책을 관광단지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관광단지에는 아파트는 절대로 안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합니다. 현지 주민이 와서 살던 은퇴자가 와서 살던 제대로 된 주거단지를 관광단지내에 만들어주고 골프장과 여가시설을 함께 만들어 주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겁니다. 관광단지에 주거용도로 약 30% 정도를 넣어주고 휴양형 아파트를 제대로 짓도록 하는 겁니다. 대신 그 수익으로 호텔, 골프장, 문화시설 및 관광시설을 짓도록 한다면 국내 대부분의 관광단지가 바로 다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현지주민, 은퇴자는 물론 그 관광단지에서 일하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많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도 잘 부합합니다. 활성화되면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아 올 수 있습니다. 반대여론을 부를 수 있는 호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을 먼저 공급하라고 하고, 결국엔 중단되는 상태는 없어야 겠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진짜 분양형 상품이 들어가야 전체 관광단지가 제대로 개발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관광단지를 개발하는 지자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을 모색해봐야 합니다.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주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을 바꿔야 합니다. 특혜가 아니고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초석입니다. 이제 관광단지에도 아파트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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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