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로 불리는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결혼 지원사업에 대해 정부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며 폐지를 권고했다.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생활 속 성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한다고 1일 밝혔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지자체 23곳은 조례 등에 근거를 두고 국제결혼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남 거창군은 조례에서 만 33세 이상 배우자가 없는 남성 농업인을 ‘농촌총각’으로 정의하고 군수가 농촌총각의 국제결혼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들이 시행하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지원사업은 농어촌 공동화 현상을 막고 출산을 장려하는 취지다. 사업은 대개 1인당 결혼 비용 300만~10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남성에게 편중돼 있어 성차별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국제결혼에 따른 이주여성을 상업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28일에는 경북 문경시가 농촌 미혼 남성과 베트남 유학생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공문을 외부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비판이 일자 문경시는 사업을 중단했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 예산이 상업적 중개업체에 대한 지원으로 연결돼 결혼 이주여성을 상품화하고 출산의 도구로 인식하게 하는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며 “남성의 혼인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가부장적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미혼 남성의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사업을 지양하고 앞으로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농림·어업종사자가 외국인과 혼인하는 비율은 2000년 11.4%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6년 42.5%로 정점을 찍었다. 2015년에는 16.0%까지 감소했지만 그 뒤로 증감을 반복하면서 2019년 20.9%로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여가부는 관련 부처 협의,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하반기에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 관련 기관에 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