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8년 10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유럽중앙은행(ECB)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2.4%보다 높았다. ECB 물가지수 측정 방법에 따른 5월 합성 소비자물가지수(HICP)는 전년 동기 대비 2.4% 올랐다. 역시 시장 예상치 2.3%를 웃돌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에서 에너지 가격이 10%가량 뛰며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가 조금씩 풀리면서 관광 수요가 늘어 패키지 여행 가격도 7%가량 올랐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다른 유럽 주요국보다 더욱 빠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는 5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FT는 “독일에서 부가가치세와 탄소세 등이 일시적으로 인하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4%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스텐 브르제스키 ING 거시경제부문 대표는 “공급망 차질로 운송비가 오르고, 반도체 공급 문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제품 생산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5월 CPI도 전년 대비 2.0% 올라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따라 ECB가 테이퍼링 관련 논의를 점점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CB는 오는 10일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브르제스키 대표는 “ECB의 회피 전략이 다음주에는 먹힐지 몰라도 오래 지속되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