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칼럼] 文 대통령과 해리스 美 부통령의 악수
정상회담의 에피소드

대중들은 뉴스를 통해 여러 번의 한미 정상회담을 경험했고 회담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들은 매번 세간의 화제가 되곤 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영웅 랠프 퍼켓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당초 미국 측 의전 계획에는 랄프 대령과 그의 가족,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만 촬영 명단에 있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눈이 마주치자 “문 대통령도 같이 서주겠어요?”라며 기념촬영 자리를 마련해줬다. 계획없이 자연스럽게 양국 정상이 랄프 대령 양 옆에서 무릎을 굽혀 앉자 박수가 터졌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크랩 케이크’ 오찬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오르내렸다. 그릇에 비교적 간단하게 나왔다. 하지만 어패류를 좋아하는 문 대통령 취향을 존중해 섬세하게 준비한 배려가 느껴졌다는 평이다.

카멀라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악수가 주는 의미

미국 일부 네티즌들이 해리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과 오른손으로 악수를 한 뒤 손을 재킷에 대는 장면을 가지고 해리스 부통령의 악수 결례를 지적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해 언론이 너무 조용하다는 의견과 터무니 없는 모함이라고 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국가의 방향을 짐작하게 하는 메시지로 해석하기 때문에 의전을 비롯해서 예를 갖추는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의전이란 어떤 의미일까?

의전은 예(禮)를 갖추어 베푸는 각종 행사 등에서 행해지는 예법이다. 다시말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평화스럽게 하는 기준과 절차'를 말한다. 예(禮)를 생활규범으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 간의 관계를 규율할 때 적용하면 예절(etiquette)이라 한다. 그리고 일정하게 틀을 갖춘 조직단위, 국가, 또는 국제 간의 공식적 관계에 적용할 때는 의전(protocol)이라 부른다. 오늘날의 의전은 행사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국민의례, 국기게양과 같이 국가 상징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도 광의의 의전이라 할 수 있다.

의전의 역사

의전은 사실상 서양보다 동양에서 먼저 태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11세기경 주나라 때 이미 백성을 다스리는 군자, 제후를 다스리는 천자의 지도 원리로서 '예'를 내세웠고, 우리나라는 조선 통치 500년간 국가의 통치 이념이자 사회 질서의 축으로서 예가 강조되었다. 특히 조선 세조 때 편찬된 《경국대전》 6전 중 예전에는 의장(복식), 의주(국가의 전례 절차), 조정의 의식, 국빈을 대접하는 연회, 중국 및 기타 외국 사신을 접대하는 방식, 제례, 상장 등의 의전 사항이 규정되어 있었다.

서양의 의전, 프로토콜

서양의 의전(protocol)은 그리스어의 'protokollen'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proto(맨 처음)'와 'kollen(붙이다)'이 합성된 단어로, 당초 공증문서에 효력을 부여키 위해 문서 맨 앞 장에 붙이는 용지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이후 외교를 담당하는 정부의 공식 문서, 외교문서의 양식을 뜻하게 됐다. 서양의 의전은 19세기 초 확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나폴레옹 전쟁 이후 개최된 1815년 '비엔나 회의(Vienna Congress)'에서는 국제의전에 관한 원칙이 정해졌고, 이는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정'으로 이어져 오늘날과 같은 의전 관행이 전 세계에서 확립되었다. 프로토콜 원칙에 따르면 여러 나라의 국기를 게양할 때에는 주최국 국기를 가장 중앙에 놓고, 나머지 국기는 영문 알파벳 순으로 게양한다. 또 대사들 간의 서열은 그 해당 주재국에 신임장을 먼저 증정한 순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영실칼럼] 文 대통령과 해리스 美 부통령의 악수
의전의 기본적인 원칙, 세가지

의전의 5가지 원칙(5R)이 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꼭 지켜야 하는 세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Respect)다. 개인, 조직, 국가 등 인류의 활동 주체들은 생활양식이나 문화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에 의전의 바탕은 상대의 생활양식 등 문화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 있다. 의전의 출발점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며, 의전의 종결점은 다름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것이다. 문화의 반영(Reflecting culture)이다. 의전 격식 및 관행은 특정 시대나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므로, 세상이 변화하면 문화도 변화하고 의전 관행도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의전의 기준이나 절차는 때와 장소, 처한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세 번째, 상호주의(Reciprocity)다. 상호주의는 내가 배려한 만큼 상대방으로부터 배려를 기대하는 것이다. 의전상 결례가 불가피했던 경우 사전이나 사후에 충분한 설명을 통해 상대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의전의 상호주의가 항상 등가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엄격히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발전의 디딤돌, 의전으로 외교의 방향이 바뀔수도


서열을 무시하는 것은 해당 인사뿐 아니라 그 인사가 대표하는 국가나 조직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으므로 정말 신경 써야할 것 같다. 외국 대사들은 사적인 파티에서도 지위에 맞지 않는 좌석 배치 등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하고 때로는 퇴장을 불사한다. 그렇기에 정상회담 등에서의 의전은 상당히 중요하다. 적지않은 정상회담에서는 감동을 주는 의전으로 외교의 방향이 바뀐 적도 있다고 한다. 1952년부터 시작된 72번의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양국 발전에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실칼럼] 文 대통령과 해리스 美 부통령의 악수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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