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가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자동차 및 전자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와 경차 전문 계열사인 다이하쓰공업,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는 이날부터 말레이시아 공장의 조업을 중단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달 14일까지 전국에 봉쇄령을 내리고 대부분의 업종에 조업을 금지한 탓이다. 자동차산업은 출근 인원을 10% 이내로 줄이도록 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봉쇄령의 추이를 봐가며 공장 재개 시점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를 넘어 코로나19가 세계에서 가장 급속히 확산하는 나라다. 인구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250여 명으로 인도의 두 배다.

도요타 말레이시아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약 5만 대로 전체의 5% 수준이다. 반면 다이하쓰의 말레이시아 생산량은 23만 대로 이 회사 해외 생산량의 절반에 달한다. 혼다의 말레이시아 공장 두 곳도 연간 10만 대의 자동차와 30만 대의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핵심 해외 거점이다.

동남아 지역 전체의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이 지역의 1일 감염자는 21만 명을 넘었다. 세계 전체 확진자의 40% 이상이 동남아에서 확인되고 있다.

일본 완성차업체의 동남아 최대 생산기지인 태국마저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되면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자동차업계가 이중고에 빠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태국은 일본 자동차업계의 중동 및 오세아니아 수출기지다.

이 때문에 글로벌 차량 부품 공급망이 다시 멈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기업이 지난 10년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부품과 소재 생산시설을 동남아로 옮겼기 때문이다. 미즈호리서치앤드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2019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9개국의 관련 수출 규모는 10년 전보다 2.1배 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