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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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재계 5위다. 하지만 작년 급등하던 주식시장에서 롯데를 거론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룹 주력인 유통과 화학업종이 모두 부진했기 때문이다. 몇 년간 그룹 차원의 새로운 도전도 없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이 신사업을 앞세워 치고 나갈 때 롯데그룹주는 정체였다.
경기회복기 '종합선물세트' 롯데지주의 재발견
하지만 올봄을 지나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경기가 회복될수록 실적이 좋아지는 자회사들로 포트폴리오가 꾸려져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못 오른 것도 올해 주가 상승 탄력을 높여주고 있다. 자회사보다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돼 있던 지주회사도 최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업황 변화에 따른 일시적 주가 상승인지, 기업 내재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투자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롯데칠성

롯데그룹주 중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를 주도한 종목은 롯데케미칼이다. 경기 회복으로 인한 화학업황 회복 기대 때문이었다. 올해 2분기부터 롯데케미칼은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자 롯데칠성이 뒤를 이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323억원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매수세가 몰렸다. 전년 동기 대비 413% 늘어난 수치다. 최근 3개월 주가 상승률은 44%를 웃돌았다. 지난해 코로나19와 하이트진로 ‘테슬라(테라+참이슬)’의 약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주류 부문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덕이다. 구조조정과 제품 다각화의 결실은 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제맥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장에 뛰어들어 가동률을 높이고, 칠성사이다 제로 등을 출시하며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로 영토를 확장했다.

롯데지주 신고가

작년 내내 부진하던 롯데쇼핑 주가도 최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백화점 등은 ‘보복 소비’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있고 관광이 재개되면 면세점도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4일부터 6일 연속 상승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약점으로 꼽히는 온라인 DNA를 채워넣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e커머스 3위 업체인 이베이코리아를 어느 업체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유통업종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지금은 실적보다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롯데쇼핑 주가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열사 실적 개선 기대에 롯데지주도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12.02% 올랐다. 지난달 31일 6.77% 뛴 데 이어 1일에도 0.12% 오르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음식료부터 백화점까지 경기 회복기 수혜 기업을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본질적 경쟁력 강화는 숙제

롯데그룹주에 대한 접근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평가란 측면에서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미 주가가 오른 데다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의 대안 종목이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주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신세계 12개월 선행 PER은 11.92배, 현대백화점은 10.38배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의 실적 개선 정도가 주가 상승폭보다 크다. 롯데쇼핑의 12개월 선행 PER은 20.76배다. 한 펀드매니저는 “아직 롯데그룹에서 경쟁사와의 온라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 만한 변신의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 매매로 수익을 거둘 수는 있으나 장기 투자할 만한 종목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