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는 위상이 높지 않았다. 기능이 단순하고 수익성이 낮은 탓에 수많은 자동차 부품 중 하나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 유례없는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가 없어 차량을 못 만드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가속화할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1년간 두 배 이상 급등

미국 뉴욕증시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NXP반도체는 최근 1년간 두 배 이상 올랐다. 작년 6월 초 99달러였던 주가가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211.42달러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주가는 61% 상승했다.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르네사스도 최근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자동차 공장들이 생산을 쉴 정도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자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보급이 늘면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반도체 탑재량은 2000개로 내연차의 일곱 배에 달한다. 차량용 반도체가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톱5가 85% 점유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톱5로 불리는 네덜란드(NXP반도체), 일본(르네사스), 독일(인피니언), 미국(텍사스인스트루먼트, 마이크로칩)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기준 글로벌 점유율은 NXP반도체가 27.2%로 1위다. 2위는 27%를 점유한 르네사스, 3위는 16.2%를 차지한 인피니언이다. 차량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MCU는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한 부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의 지배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는 안정성을 인증받기까지 1~2년이 소요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NXP반도체는 올해 영업이익이 3조7000억원으로 작년 대비 일곱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피니언, 르네사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영업이익이 50~2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중소형주도 유망

한국 업체들이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 수준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연 성장률 25%를 기록하고 있어 투자가치가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에 장착되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5%도 안 된다.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산업 강화 전략을 발표하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텔레칩스, 해성디에스, 칩스앤미디어, 한컴MDS를 유망주로 소개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텔레칩스는 독자적으로 차량용 MCU를 개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지난 4월부터 시범 생산하고 있다. MCU 국산화 기조를 타고 국내 주요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안정성 테스트를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해성디에스는 차량용 반도체 관련 부품인 리드프레임을 생산한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526억원으로 작년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영업이익이 63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칩스앤미디어는 반도체칩에 삽입되는 반도체 설계자산 전문업체로 NXP반도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